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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4 22:08

소나

조회 수 2228 댓글 0
소나

애덕의 집 현관 옆에 흔들 그네
그네를 타는 다섯 살 소나는
썩은 앞니가 하나
조그만 손을 그네에 묶인 소나는
참 예쁩니다.
투명한 눈망울과 복숭아 빛 피부
누구에게 관심을 보이면
별빛같이 두 눈을 깜박입니다.
그런 소나를 따라하자면 눈이 아파옵니다.
엄마의 젖꼭지를 대신해
자기의 조막손을 빠는 소나는
버려진 자폐증 아이고
작고 예쁜 손을 묶였습니다.


사랑 1

그대의 사랑은
이곳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습니다.
아주 작은 선의에서
보다 큰 이해에까지
그 사랑의 이유는
알아주는 이 없어도
이 곳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습니다.
흔한 낭패와 좌절
흔한 고통과 슬픔
함께 하는 이 없어도
그 덧없음의 이유는
이곳에 있지 않고
그대가 돌아 갈
저 하늘에 있습니다.


합덕할아버지

할미꽃같이 체구가 자그맣고 허리 굽은
합덕할아버지
하루에 한번씩 짐을 꾸립니다.
보따리래야 헌 옷가지 몇 벌
손 때 묻은 잡동사니 서넛
어디 가시려구요?
집에, 집에 갈거여, 합덕
오늘은 더워서 못 가십니다. 더워서 못 가고
추워서 못 가고, 비가 와서 못 가고, 눈이 와서...
말짱한 날도 버스가 안 와서 못 간답니다.
합덕에 누가 있어요?
아들 놈, 딸년들, 다 있지
누가 찾아옵니까?
여긴 뭣 하러 올 거여. 내가 가야지
조금치도 원망은 없고 합덕할아버지
헌 옷가지 챙기면서 펼치는 고향산천
아들 하나와 딸 셋에 얽힌 추억거리들.
구원의 집 문 앞에
당신의 헌 옷 보퉁이처럼 나앉아
오늘도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합덕할아버지.


사랑 2
-기도

빛보다 빠른
초 광속정보
기도.

그것은 영혼의
매질인 사랑으로
전달매체인
정신보다 앞서

거리로는
셈할 수도 없는
후일에 먼저 닿아
믿음 안에 자리하며

그대가 설혹 잊고
방황하거나 비틀댈 때
어둔 내일을 비추어
이끌 것이니.


휠체어시인

심신장애자의 집 안씨는
휠체어시인
펜 벗으로 사귄 여인에게 이런 글을 보냈습니다.

‘나는 몰랐네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는지
아름다운 그녀는 왜?
이런 나에게 가까이하면서
친하게 대해 주는지
나는 몰랐네
나 이제 알 것 같네
자기가 지고 있는
십자가 때문에
나에게 가까이 왔던 것을
나는 몰랐네
나 이제 알 것 같네
그녀의 괴로운 마음을
나 죽는 날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싶다.’

대필로 또박또박 써
예쁜 봉투에 넣어 보냈습니다.


사랑 3

저만치 우리는
마주 한 채 한참을
그렇게 있었습니다.
온 우주를 달려온 빛보다
긴 시간이, 짧은 순간에
지나치기를...
하늘의 별들 중에
단 둘만의 눈빛이
반짝일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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