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미지
2007.09.24 22:08

소나

조회 수 2229 댓글 0
소나

애덕의 집 현관 옆에 흔들 그네
그네를 타는 다섯 살 소나는
썩은 앞니가 하나
조그만 손을 그네에 묶인 소나는
참 예쁩니다.
투명한 눈망울과 복숭아 빛 피부
누구에게 관심을 보이면
별빛같이 두 눈을 깜박입니다.
그런 소나를 따라하자면 눈이 아파옵니다.
엄마의 젖꼭지를 대신해
자기의 조막손을 빠는 소나는
버려진 자폐증 아이고
작고 예쁜 손을 묶였습니다.


사랑 1

그대의 사랑은
이곳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습니다.
아주 작은 선의에서
보다 큰 이해에까지
그 사랑의 이유는
알아주는 이 없어도
이 곳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습니다.
흔한 낭패와 좌절
흔한 고통과 슬픔
함께 하는 이 없어도
그 덧없음의 이유는
이곳에 있지 않고
그대가 돌아 갈
저 하늘에 있습니다.


합덕할아버지

할미꽃같이 체구가 자그맣고 허리 굽은
합덕할아버지
하루에 한번씩 짐을 꾸립니다.
보따리래야 헌 옷가지 몇 벌
손 때 묻은 잡동사니 서넛
어디 가시려구요?
집에, 집에 갈거여, 합덕
오늘은 더워서 못 가십니다. 더워서 못 가고
추워서 못 가고, 비가 와서 못 가고, 눈이 와서...
말짱한 날도 버스가 안 와서 못 간답니다.
합덕에 누가 있어요?
아들 놈, 딸년들, 다 있지
누가 찾아옵니까?
여긴 뭣 하러 올 거여. 내가 가야지
조금치도 원망은 없고 합덕할아버지
헌 옷가지 챙기면서 펼치는 고향산천
아들 하나와 딸 셋에 얽힌 추억거리들.
구원의 집 문 앞에
당신의 헌 옷 보퉁이처럼 나앉아
오늘도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합덕할아버지.


사랑 2
-기도

빛보다 빠른
초 광속정보
기도.

그것은 영혼의
매질인 사랑으로
전달매체인
정신보다 앞서

거리로는
셈할 수도 없는
후일에 먼저 닿아
믿음 안에 자리하며

그대가 설혹 잊고
방황하거나 비틀댈 때
어둔 내일을 비추어
이끌 것이니.


휠체어시인

심신장애자의 집 안씨는
휠체어시인
펜 벗으로 사귄 여인에게 이런 글을 보냈습니다.

‘나는 몰랐네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는지
아름다운 그녀는 왜?
이런 나에게 가까이하면서
친하게 대해 주는지
나는 몰랐네
나 이제 알 것 같네
자기가 지고 있는
십자가 때문에
나에게 가까이 왔던 것을
나는 몰랐네
나 이제 알 것 같네
그녀의 괴로운 마음을
나 죽는 날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싶다.’

대필로 또박또박 써
예쁜 봉투에 넣어 보냈습니다.


사랑 3

저만치 우리는
마주 한 채 한참을
그렇게 있었습니다.
온 우주를 달려온 빛보다
긴 시간이, 짧은 순간에
지나치기를...
하늘의 별들 중에
단 둘만의 눈빛이
반짝일 때까지... .



List of Articles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23년 창립 35주년 백일장 대상-임대륜 상록수 2023.06.13 112
2023년 창립35주년 백일장 우수상- 이윤호 상록수 2023.06.13 63
2023년 창립 35주년 백일장 장려상-박성수 상록수 2023.06.13 67
2023년 창립 35주년 백일장 장려상-황공타잉 상록수 2023.06.13 63
2020년 상록수 백일장(대상 베네트립 홍철민) 상록수 2020.05.19 157
2020년 상록수 백일장(우수상 회원 박진) 상록수 2020.05.19 127
2020년 상록수 백일장(장려상 광운대학교 김석주) 상록수 2020.05.19 133
2019년 상록수 백일장(최우수상 유연회 정재연) 상록수 2020.01.03 127
2019년 상록수 백일장(우수상 회원 박진) 상록수 2020.01.03 123
2019년 상록수 백일장(장려상 베네트립 고해운) 상록수 2020.01.03 128
2019년 상록수 백일장(장려상 베네트립 김도선) 상록수 2020.01.03 119
임진강 역에서_박내정 file 상록수 2019.07.03 132
2018 상록수 백일장(대상 회원 우창수) 상록수 2019.03.28 122
2018 상록수 백일장(우수상 오산대학교 용석환) 상록수 2019.03.28 165
2018 상록수 백일장(장려상 오산대학교 황휘윤) 상록수 2019.03.28 125
2018 상록수 백일장(장려상 광운대학교 한지우) 상록수 2019.03.28 114
희망의 2018년을 당신께 상록수 2019.03.28 99
새해에는 모두들 건강하소서 상록수 2019.03.28 91
샬롬!!_박내정 상록수 2019.03.28 106
송년에 띄우는 편지_박내정 상록수 2019.03.28 11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4 Next
/ 3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