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미지
조회 수 2945 댓글 0
10월이면 언제나 생각난다. 평소에는 잊혀졌던 어린시절들이 매년마다 할아버지댁에 놀러가(어린시절의 나는 놀러가는 것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아직 물이 차지 않은 까닭에 집 앞의 내천에서 어대를 잡고서 물고기를 잡았다. 어대를 대고서 풀숲을 밟아주면 달려나와 어대에 걸려드는 피래미, 붕어, 미꾸라지.., 내 손에서 헤엄치는 그들을 보며 한없이 좋아하고 신기해 했었다. 그 만큼이나 걔들을 먹겠다는 어른들의 말은 이해하지 못했고 또 슬펐다.
풀숲을 뒤져가며 찾았던 친구들도 기억난다. 논으로 가는 길을 어른들 뒤를 따라 걸으면 이리저리 뛰어대던 그들이, 쫓아다니며 폴짝 뛰는걸 보고, 가만가만 다가가 뒷다리를 낚아챘다. 잡았다. 당장이라도 벗어나려는, 그 생명의 몸부림이 아직도 선명하다. 더 큰 것을 잡겠다고 양손에 들고 있던 그들을 놓친 것이 여러번, 그래도 커다란 배를 찾아내 집에 데려오면 어른들의 꾸중은 아랑곳 않고 넓지도 않은 방안을 걔를 쫓아다녔다.
벼가 무르익어 어른들의 추수가 시작되면 그 넓던 들판이 사라져 가면서 쌓여져 가는 짚더미들, 어린 나에겐 그건 더없이 즐거워 보이는 놀이터였다. 짚더미 속으로 파고들어가 이리저리 해매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정말 멀리까지 다 보였다.
(우리 할아버지네 논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푹신하고 따뜻했다. 근데 따가웠다. 그렇게 놀다 집에 돌아오면 온 몸이 따가워 견딜 수 없었다. 따가움이 눈물을 나오게 만들고, 그 눈물을 달래느라 할머니가 주신 군밤을 먹고 귀뚜라미 소리를 듣다 보면 따가움은 가라앉고 가을밤의 졸음이 찾아왔다.
최근에는 할아버지 댁에 찾아가도 명절때만 찾아뵙고, 또 앞의 내천도 풀숲이 사라졌다. 풀숲이 친구들도 딴 곳으로 갔고, 할아버지의 논에서는 더 이상 추수를 하지 않는다. 그대로 어린시절의 나는 10월이면 다시 그때의 내가 되어 본다.

List of Articles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13 상록수 백일장-우수상(오산대 박은비) 상록수 2013.06.10 3376
2013 상록수 백일장-장려상(광운대 전범찬) 상록수 2013.06.10 3316
백일장 장려상 (상록수 류경애) 상록수 2012.06.04 3297
초록빛 사랑 수진 2003.03.12 3284
오빠가 돌아왔다-독후감 조정현 2006.04.28 3241
연금술사를 읽고... 김경락 2005.04.06 3210
고맙다 친구야 __연탄아궁이에 숨겨둔 돈뭉치__ 김금용 2006.12.29 3149
꿈이 있기에 김금용 퍼옴 2007.03.26 3148
작은 새일수록 목소리가 더 맑다 <한희철 목사님의 글> 김금용 퍼옴 2007.03.23 3118
2013 상록수 백일장-대상(회원 우창수) 상록수 2013.06.10 3060
골방철학자에게 - 임비룡 편집부 2004.02.11 3035
오늘의 이야기: <어린 양> 김금용 퍼옴 2007.04.07 3031
2013 상록수 백일장-장려상(회원 여혜전) 상록수 2013.06.10 3023
중국의 음력 설(춘절) 풍속 김금용 2005.02.11 2987
한걸음만 물러서면 조남석 2006.12.15 2985
자유인 작은 마음 2006.10.13 2984
사람 김석환교수님 2004.06.08 2970
백일장 잣나무상(장려상) 오유연 2004.06.08 2955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유용주 산문집을 읽고 오수미 2003.01.18 2946
10월이면생각나는 것들(10월모임작품상) 유한별 2004.10.18 294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4 Next
/ 3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