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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면 언제나 생각난다. 평소에는 잊혀졌던 어린시절들이 매년마다 할아버지댁에 놀러가(어린시절의 나는 놀러가는 것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아직 물이 차지 않은 까닭에 집 앞의 내천에서 어대를 잡고서 물고기를 잡았다. 어대를 대고서 풀숲을 밟아주면 달려나와 어대에 걸려드는 피래미, 붕어, 미꾸라지.., 내 손에서 헤엄치는 그들을 보며 한없이 좋아하고 신기해 했었다. 그 만큼이나 걔들을 먹겠다는 어른들의 말은 이해하지 못했고 또 슬펐다.
풀숲을 뒤져가며 찾았던 친구들도 기억난다. 논으로 가는 길을 어른들 뒤를 따라 걸으면 이리저리 뛰어대던 그들이, 쫓아다니며 폴짝 뛰는걸 보고, 가만가만 다가가 뒷다리를 낚아챘다. 잡았다. 당장이라도 벗어나려는, 그 생명의 몸부림이 아직도 선명하다. 더 큰 것을 잡겠다고 양손에 들고 있던 그들을 놓친 것이 여러번, 그래도 커다란 배를 찾아내 집에 데려오면 어른들의 꾸중은 아랑곳 않고 넓지도 않은 방안을 걔를 쫓아다녔다.
벼가 무르익어 어른들의 추수가 시작되면 그 넓던 들판이 사라져 가면서 쌓여져 가는 짚더미들, 어린 나에겐 그건 더없이 즐거워 보이는 놀이터였다. 짚더미 속으로 파고들어가 이리저리 해매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정말 멀리까지 다 보였다.
(우리 할아버지네 논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푹신하고 따뜻했다. 근데 따가웠다. 그렇게 놀다 집에 돌아오면 온 몸이 따가워 견딜 수 없었다. 따가움이 눈물을 나오게 만들고, 그 눈물을 달래느라 할머니가 주신 군밤을 먹고 귀뚜라미 소리를 듣다 보면 따가움은 가라앉고 가을밤의 졸음이 찾아왔다.
최근에는 할아버지 댁에 찾아가도 명절때만 찾아뵙고, 또 앞의 내천도 풀숲이 사라졌다. 풀숲이 친구들도 딴 곳으로 갔고, 할아버지의 논에서는 더 이상 추수를 하지 않는다. 그대로 어린시절의 나는 10월이면 다시 그때의 내가 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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