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미지
조회 수 2972 댓글 0
10월이면 언제나 생각난다. 평소에는 잊혀졌던 어린시절들이 매년마다 할아버지댁에 놀러가(어린시절의 나는 놀러가는 것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아직 물이 차지 않은 까닭에 집 앞의 내천에서 어대를 잡고서 물고기를 잡았다. 어대를 대고서 풀숲을 밟아주면 달려나와 어대에 걸려드는 피래미, 붕어, 미꾸라지.., 내 손에서 헤엄치는 그들을 보며 한없이 좋아하고 신기해 했었다. 그 만큼이나 걔들을 먹겠다는 어른들의 말은 이해하지 못했고 또 슬펐다.
풀숲을 뒤져가며 찾았던 친구들도 기억난다. 논으로 가는 길을 어른들 뒤를 따라 걸으면 이리저리 뛰어대던 그들이, 쫓아다니며 폴짝 뛰는걸 보고, 가만가만 다가가 뒷다리를 낚아챘다. 잡았다. 당장이라도 벗어나려는, 그 생명의 몸부림이 아직도 선명하다. 더 큰 것을 잡겠다고 양손에 들고 있던 그들을 놓친 것이 여러번, 그래도 커다란 배를 찾아내 집에 데려오면 어른들의 꾸중은 아랑곳 않고 넓지도 않은 방안을 걔를 쫓아다녔다.
벼가 무르익어 어른들의 추수가 시작되면 그 넓던 들판이 사라져 가면서 쌓여져 가는 짚더미들, 어린 나에겐 그건 더없이 즐거워 보이는 놀이터였다. 짚더미 속으로 파고들어가 이리저리 해매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정말 멀리까지 다 보였다.
(우리 할아버지네 논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푹신하고 따뜻했다. 근데 따가웠다. 그렇게 놀다 집에 돌아오면 온 몸이 따가워 견딜 수 없었다. 따가움이 눈물을 나오게 만들고, 그 눈물을 달래느라 할머니가 주신 군밤을 먹고 귀뚜라미 소리를 듣다 보면 따가움은 가라앉고 가을밤의 졸음이 찾아왔다.
최근에는 할아버지 댁에 찾아가도 명절때만 찾아뵙고, 또 앞의 내천도 풀숲이 사라졌다. 풀숲이 친구들도 딴 곳으로 갔고, 할아버지의 논에서는 더 이상 추수를 하지 않는다. 그대로 어린시절의 나는 10월이면 다시 그때의 내가 되어 본다.

List of Articles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24년 같은시선 백일장 대상 - 김정수 상록수 2024.09.11 97
2024년 같은시선 백일장 우수상 - 최지은 상록수 2024.09.11 82
2024년 같은시선 백일장 장려상 - 주형준 상록수 2024.09.11 77
2024년 같은시선 백일장 장려상 - 임대륜 상록수 2024.09.11 146
2023년 창립 35주년 백일장 대상-임대륜 상록수 2023.06.13 270
2023년 창립35주년 백일장 우수상- 이윤호 상록수 2023.06.13 145
2023년 창립 35주년 백일장 장려상-박성수 상록수 2023.06.13 158
2023년 창립 35주년 백일장 장려상-황공타잉 상록수 2023.06.13 152
2020년 상록수 백일장(대상 베네트립 홍철민) 상록수 2020.05.19 239
2020년 상록수 백일장(우수상 회원 박진) 상록수 2020.05.19 207
2020년 상록수 백일장(장려상 광운대학교 김석주) 상록수 2020.05.19 218
2019년 상록수 백일장(최우수상 유연회 정재연) 상록수 2020.01.03 201
2019년 상록수 백일장(우수상 회원 박진) 상록수 2020.01.03 197
2019년 상록수 백일장(장려상 베네트립 고해운) 상록수 2020.01.03 200
2019년 상록수 백일장(장려상 베네트립 김도선) 상록수 2020.01.03 201
임진강 역에서_박내정 file 상록수 2019.07.03 196
2018 상록수 백일장(대상 회원 우창수) 상록수 2019.03.28 201
2018 상록수 백일장(우수상 오산대학교 용석환) 상록수 2019.03.28 252
2018 상록수 백일장(장려상 오산대학교 황휘윤) 상록수 2019.03.28 196
2018 상록수 백일장(장려상 광운대학교 한지우) 상록수 2019.03.28 20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4 Next
/ 3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