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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 산 것처럼 넉넉한 여유를 부리던 어떤 사람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을 간신히 버텨내던 어느날

코끝을 에이던 한겨울 바람이 다 물러가던 빈 자리에

얼음장 밑에서 졸졸졸 조심스럽게 흘러내리는 물줄기 소리에

문득,

아하 아직도 나는 인생이 무언지를 잘 모르고 있구나...

장탄식을 하며 하늘을 보더라는 이야기가 생각나는 시간이요..



아무도 걷지 않은 깊은 산길에서 마주친 설화(雪花)

감동에 떨리는 탄성을 지르고 돌아서니

소나무 끝에 무거운듯 얹혀있는 눈송이..

무심히 ...투..욱..떨어지는 소리에

가슴 저 먼 곳에서 설레임으로 다가서던

형언할 수 없었던 시간들의 기억이

문득,

사랑하던 사람들의 긴장된 눈길들이 보고싶구나.....

가슴 쓸어내리며 하산길을 서둘렀다는 이야기하며...



...게다가,

숱한 좌절의 고통과 쓸쓸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피눈물나는 절망감에 허물어지던 시간들 속에서도

공연히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오기만으로

시린 손 부벼가며, 곯아터진 뱃가죽 부둥켜 안고

부르터가는 발길을 뚜벅..뚜벅 옮기던 사람이 있었는데...

문득,

꿈이 있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남아 왔구나....

그리움의 끝에 서있는 환한 웃음을 마주하며 함께 웃어댄다는.....

..........



30년이 지난 중학교 졸업식장에서의 한가지..

외국인이 쓴 글이어야만 좋은 것이라고 여기던 어느 분이

내게 준 선물...레마르크의 개선문...괴테의 파우스트....

그 두껍고 힘든 두권의 책을 받아들고...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아무 뜻도 모르면서 읽어대느라...밤을 지새우던 시절에도..

내 가슴에는 '도전'을 새기고 있었을게다..



숨이 넘어가는 죠안마즈 옆에서 하염없이 통곡하던 라빅크를 보면서...

시내버스에서 내리는 것도 잊은 채..종점까지 갔었지

운전기사아저씨가 청소까지 끝내고는... 이제 가라고

불호령(?)을 내릴 때까지..눈시울을 붉히던 날이나,



인간세상의 부귀와 공명, 학식과 덕망을 다 갖춘 전설 속의 인물

그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 바꾼

'젊음'......

그 젊음의 혼돈과 방황, 좌절과 도전....피끓는 열정..

그리고 그레첸과의 만남....

죽어가는 시간..파우스트의 영혼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로 넘어가는 순간...

...하느님의 음성이 울려퍼지고...

청년 파우스트를 향한 지고지순한 '그레첸'의 사랑으로

파우스트의 영혼은 하늘나라로 갈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그레첸의 '사랑'이 인간 파우스트 의 영혼을 구하였다는 에필로그하며....



석달이 넘도록 밥한번 못먹고,

동사무소에서 일주일에 한포씩 보내주는 밀가루 한포대로

온가족이 수제비(차라리 밀가루뭉치라고 해야 될) 덩어리와

골목길 끝에 있던 어느 부자집(?)에서

일찍한 김장이 시었다고 문앞에 내다버린 김치를 주어와

물에 빨아 밀가루뭉치와 함께 끓여내...
그 걸로 그만.. 아침과 저녁을 떼우고..

점심시간이 오면 학교 운동장 구석으로 달려나가
수돗간에서 수도꼭지를 입에 물면

목줄기를 타고 뱃속 깊숙히 흘러내려가

아랫배를 뻐근하게 하며 내장까지 서늘하게 만들던

수돗물의 차디 차기만 하던..그 기억의 저편에서....



연탄불이 없어서 얼어붙은 방바닥을 뒤척이다가

밤이 깊은 시각에 어디선가 연탄불 가는 소리가 들려오면

잠결에 졸린 눈부비고 골목길로 비틀거리며 나서서...

타다남은 연탄재를 주워다가 아궁이에 넣고 방을 덥혀던 날이나

학교가던 시내버스 차창 밖으로 어머니를 보게된 날의 그 충격...

막내아들을 등에 업고 머리에 함지박을 이고 행상에 나선 어머니..

- 쇠뭉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것 같은...

그 길로 중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뭐 별로 큰 벌이는 아니었겠더라도

내손으로 학비를 벌어가며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러면서도 책 사보고, 음악 듣고 여행하고....

열심히 사랑하고..투쟁(?)하면서

이웃들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열망했던

지난 날의 가슴앓이 속에서

그 속에서도 '나'는 꿈을 버리지 않았고,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고...

뜨거운 열정으로 매순간을 불사르기를 소망하는 편이었다.....





'오늘'은 우리네 마지막 남은 생애의 '첫날'이라고 고집하며...

'인생'은 재주보다 태도라고 주저리 주저리 읊어대면서...

그리고 함께 한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과 땀내음을

무엇보다 사랑하면서....



이제..

이렇듯 단상(斷想)에 젖으며

또다시 나는 아직도 새로운 꿈을 향한 열정이

自由를 향한 떨리는 설레임이

우리들의 가슴 깊은 곳에 심연(深淵)처럼 숨기워져 있음에

놀라움과 감사함을 갖기에 이르고 있다.....





꿈, 도전, 열정으로 살아가는 삶을 되새기며...

230213 이 근 규



***
핸들이 약간 오른쪽으로 편향된게 조립된 느낌과 고속 주행중에 오른쪽으로 약간의 쏠림현상이 있서 새로 마련한 나의 사무실겸, 숙소겸, 운송수단인 트라제('여정'이라는 뜻)XG를 현대자동차 서울사업소 A/S센타에 맡기고..기다리는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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