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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9 11:03

지독한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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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외로움 / 이수진



망부석처럼 한 곳에 머물지 못하도록
이렇게 마음을 흔들어대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이것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허우적대고만 있다
그래서 지금
구두 뒤축이 다 닳아 없어져
발꿈치가 훤히 보이도록 방황 중에 있다
종지부를 찍을 엄두도 못 내면서 말이다

산다는 것은
흥건히 젖은 두 발,
무작정 옮기는 일일 게다
꺼칠한 숨 몰아 쉬면서

이승의 끝에 서있어도 느낄 수 있을까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느끼고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한 발 두 발 옮길 때마다 질금질금 흐르는 샛강
아주 조금은 위안이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러하진 못할 것이다
빠져 나올 수도 없고
빠져 지지도 않는
지독한 외로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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