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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3 10:42

5월 숲을 거닐다가

조회 수 954 댓글 0
5월 숲을 거닐다가 / 수진



밀폐된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
울적한 마음으로
5월의 푸른 숲을 거닌다.

스쳐 지나간 사람들도 생각나고
가슴 찡하게 이별했던 것도 생각나고
역마살이 끼어
방황하던 시절도 생각나고

사정없이 잠겨 드는
이런저런 생각에
마냥 걷고
또 걷기만 하고 있는데

찔레 꽃,
하얗게 피어있는 찔레꽃을 보니
임종하시던 할머니 모습 떠올라
갑자기, 아픈 전율이 찌르르
가슴 깊은 곳까지 흐른다.

막내 손녀딸이라면
사족을 못 쓰시던 할머니
저 하얀 찔레꽃처럼
머리가 하얗고 온화하셨는데 하는

소리 지르고 싶다.
울적한 마음 망망하여
가슴 막 터질 것만 같아
덧니를 빼 내듯이
속시원하게 소리치고 싶다.

그럼, 그러면
5월의 푸른 숲,
풋풋한 풀 향내가
울적한 내 마음에 묻어날 듯 한데
하얀 찔레 꽃,
온화하게 피어날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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