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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 홍은영 -

6월 1일. 이 날은 6월의 시작이기도 하고 14년 만에 우리 집으로 들어간 사실을 온 친척들에게 알리는 집들이 날이다. 하지만 난 다른 일로 집에 늦게 되었고 엄마가 건네주신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만큼 늦게 되었다.
조용히 문을 여는 순간 "은영아, 수박 먹자" 엄마는 김치 냉장고에서 커다란 수박 한 통을 꺼내 썰기 시작하셨다. 샛아버지네와 시집간 언니들이 왔고 큰언니가 음식을 하고 경훈이(조카)가 뛰어다녀 정신이 없었다는 둥 엄마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26년 전 부모님은 돌도 안 지난 날 업고 성남으로 상경 1년 동안의 달동네 생활을 마치고 이사온 이곳을 샀다. 세쌍둥이 집, 세 집이 옥상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집 구조도 똑같던 세 집, 방 세 개에 조그만 텃밭이 있었고, 그 텃밭엔 각종 야채들이 여름엔 제배되었고, 겨울엔 커다란 항아리를 묻어 김장 김치를 맛깔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살아있는 것(강아지)을 처음 키울 수 있도록 허락된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조그마한 옥상에 누워 월식을 보았을 때 - 그 때 당시에는 그것이 월식인지도 몰랐지만 아직도 그 광경이 잊혀지지 않았던 내 동생이 태어난 집. 그 집은 14년 전 부셔졌다. 그리고 그 자리엔 2층 빨간 벽돌집이 지어졌고 우리의 전세살이가 시작되었다.
처음 이사하던 날 학교에서 돌아온 후 짐을 나르면서 무지 행복했다. 푸세식 변소가 수세식으로, 춥던 마루가 보일러 빵빵한 기름 보일러로.. 그 때는 행복했다.
그리고 난 나이가 들어갔고 부모님과 언니들은 아파트로 이사가자고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하지만 청약 1순위였던 우리 집은 번번이 떨어졌고 작년 이맘때 엄마는 아빠를 졸랐고 결국 올해 증축하여 2층이 3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난 14년만에 우리 집으로 이사했다.
우리 집. 다시는 떠나고 싶지 않은 곳.
나에게는 고향과 같은 이 곳.
예전의 모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매일 엄마와 이야기 나눈다.
"엄마, 옥상에서 줄넘기하자. 언니, 고추도 심고 오이도 심고..." 그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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