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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5 21:23

한걸음만 물러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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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내 인생의 반도 살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짧다면 짧은 3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한가지 느낀 사실이 있다. 잘못 선택된 인생은 되돌리지 못한다는 것. 지금 생각해도 ‘내가 이 때 이런 선택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마치 한 때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란 코미디 프로처럼 ‘그래 결심했어!’ 라고 외치면서 두 가지 다른 결정을 통해서 다른 인생의 결과를 보여주는(개인적으로는 부활했으면 하는 개그프로그램 중에 하나다)그런 인생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내 성격은 굉장히 내성적이었다. 사람들 만나는걸 꺼리고, 도망 다니고, 특히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면이 많이 남아있다. 아직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그래서 난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20살이 되던 해에 대학교를 입학함과 동시에 내 인생 최대 목표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보자’ 가 되어버렸다. 각종 모임에 나가고, 대학교 입학 후 사회활동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고등학교 때까지는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었다)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더러는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더러는 사람들과 싸우고, 다투고, 언쟁을 벌이고 하는 일들이 생겼다. 그리고 결과론에 치우치며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라는 것을 하기 시작하였다. 내 인생에서 내가 후회를 한 것은 내가 지금의 내 직업을 선택한 것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었던 갈등이 전부다. 차라리 변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참 많이 했었다.

그렇다. 난 어느덧 후회하는 삶을 살았고, 그러다보니 성격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해져갔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극단적 성격은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리고 느꼈다.
“그냥 둥글게 사는게 제일 좋구나. 왜 난 꼭 누군가와 부딪히며 살아야 했을까”

그냥 한번 더 참고, 한번 더 생각하고. 이런 내 모습을 나를 꾸준히 보아온 주변사람들이 보면서 가끔 이야기한다. “진짜 많이 변했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이제는 사람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된 듯 싶다.
“어떻게 하나도 안 변하고 그렇게 똑같냐.” "어떻게 넌 그렇게 똑같냐. 비결이 뭐냐"
난 이번 달에도 오랜만에 내 친구를 만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난 이제 현재의 내 모습을 변화시키지 말고자 한다. 내 주변사람들이 좋아하는 현재의 내 모습으로 남고 싶다.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나는 원래 이렇구나 하는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제는 내 인생에 또 다른 갈림길에 서 있다. 이제는 후회가 두려워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내가 두 가지 길을 모두 선택할 수 없는 이상 어떤 것이든 후회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최대한 후회하지 않도록 조금씩 조금씩 시간을 가지고 나아가고자 한다. 두 번 후회하기는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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