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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9 12:09

피카소형님에게..

조회 수 2706 댓글 0
피카소형님에게..

피형, 오늘(8월 5일.토) 상록수 정식간사, 정규간사와 같이 형의 전시회를 들러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형의 작
품을 바라보며 감탄과 칭찬을 토해내고 마치 넋을 잃은 사람들처럼 굳은자세로 서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형이
부럽기도하고 괜스리 그 인기가 샘이 나기도 했습니다. ^^;;

크고 작은 형의 그림들을 각자의 휠체어에 의지한 정식형제와 내가 바라보는 것이 혹여라도 다른 관람객들에게 방
해가 되지 않게 참 많이도 조심하며 보았습니다 어떤 그림앞에서는 감동에 젖은 눈을 떼지 못하고 '역시....'라는 감
동의 짧막한 감탄사를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형의 말을 인용해 커미셔너는 '작가가 글로 자신의 인생자서전을 써가
듯 나는 그림으로 내 인생의 자서전을 써간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도 형의 그림을 보며 형의 말에 동감이 갑니다. 형의 주변을 스쳐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을 그저 잊혀진 사람으로 지
워가지 않고 캔버스와 종이에 형의 예술세계를 만들어 기록해 놓으므로서 형을 아는 후대의 사람들에게 형의 흔적을
돌아보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형의 그림에서는 형의 사생활의 흔적들이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가족''친구와 주변사람들''수많은 문인과 예술인들''여인들' 등 그들 한사람 한사람을 만날 때마다 형의 다른 그림
세계도 함께 만들어져 갔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피형을 친밀감을 가지고 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형 이전에 사람만을 주제로 삼아 그렸던 화가 로트렉을 통해 영
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이름이 내 기억에 떠오른 것은 그가 척추장애를 가진
화가였기 때문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함으로서 형과 같은 당대의 대화가에게 영
향을 주게 되었다는 것 때문입니다. 비록 37세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나에겐 큰 위안이 되는 화가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형의 그림에서도 다수의 장애인들이 주제가 되어 등장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뭐 그렇지
않다면 어쩔수 없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형의 그림에는 너무나 많은 변화들이 시기에 따라 나타났다고 하고 전시장을 둘러보며 나도 그것을 공감할 수 있었
습니다. 형은 그림에 색다른 시도를 하면서 거기에서 어떤 만족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형은 파블로나
램브란트를 연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을 연구하면서 남성들을 그리는 형의 그림 선은 더욱 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쳐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형의 도전정신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생깁니다. 형의 천재적 화가의 재능을 보여준 8세 때의 유화와 말년에 제작한 '젊은화가'
에는 기막힌 맺어짐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그것은 그림을 어린아이처럼 투박한 터치로 그렸다는 것이다.라는 이야기
가 있습니다.
형은 언제나 그 어릴적 기억을 간직하면서 그림을 그린 것인가요? 하기야 그래서 형이 '열두살 때 부터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을 위해 평생을 다바쳐야 했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긴 합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형의 그림
을 책이나 인터넷으로 밖에 어디 접할 수 있었겠습니까. 참 좋은 기회였고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못본 그림은 다른날
다시 와서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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