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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베네트립 홍철민

 

어린 시절 나의 눈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그저 높기만 했습니다.

큰 키에 넓은 어깨를 보며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고 모르는 것이 없는 듯한 모습은

나로하여금 많은 것을 알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나는 당신을 계속 보챘습니다. 조금만 어려워도 당신께 도와달라 졸랐고

같은 내용을 수도없이 되물었습니다. 한결같이 당신께선 미소로 그 철없음을 감싸셨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의 키와 덩치는 당신을 넘어섰고 어쩌면 아는 것도 더 많아졌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환갑을 넘긴 당신께선 어쩐지 점차 아이가 되어가는듯 합니다.

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아졌고 같은 것을 되묻는 일도 늘어났습니다.

당신과 다르게 나는 다정하지 못했습니다. 한참 화를 쏟아내는 와중에 당신의 어깨를 보았습니다.

그 넓었던 것이 왜 이리 왜소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눈이 보입니다.

그 높이 있던 것이 나의 아래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미소가 보입니다.

옛날 일은 까맣게 잊고 자신을 질책하는 그 철없음까지도 당신께선 사랑으로 품으시나 봅니다.

이제는 당신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꽃봉오리와 같달까요. 눈에 아름다움이 직접 보이진 않아도

그 속에 꽃이 있음으로 아름다운 이처럼 당신의 마음도 보이지 않게 꽃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당신께도, 훝날 만날 나의 아이에게도 철없음에 상냥할 수 있는

꽃봉오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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