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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 선정도서인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라는 책을 읽었다.
어릴때 부터 모진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어렵게어렵게 살아온 유용주 시인의 삶의 모습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작가가 만나는 친구들 (주로 시인이거나 아동문학가 등)과 술자리에 얽힌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간간히 지나온 시간의 아픈 기억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고 감명깊다거나 누군가에게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느낌까지는 받지는 못했다. (나의 짧은 견해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 내 마음을 끄는 산문하나가 있었다.
거미가 짓는 집 이란 제목의 산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나의 마음을 끄는 시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면우님의 시 '거미'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
아침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 굽혀갔다, 되집어오니 고추잠자리
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망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
몸 전체로 망을 밀고 가도 좋을 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아홉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놓고자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 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윽고 파닥거림 뜸해지고
그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
슬슬 잠자리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굽혀,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
채 해결 안 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거미'라는 시에 이어 유용주님의 일기가 한편 이어지고 그 다음은 이면우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자기가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을 당하면 저 아득한 세상 한귀퉁이에서 가장 하나 믿고 의지하는 입들이 제비새끼처럼 기다리고 있으니 자신의 몸을 함부로 할 수가 없어서.."라고 한다.
거미란 시를 읽으면서 약육강식이니 뭐니 이런 말을 쓰지 않더라도..
모든 삶들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자나 호랑이나 그 맹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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