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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5 14:02

만두의 추억(?)

조회 수 2898 댓글 0
만두의 추억
간만에 시험도 끝나고, 금요일에도 일찍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날은 내가 일찍 점심을 먹었는데, 오늘은 성원이 형이 만두를 사오란다. 웬 만두···? 그렇게 만두를 사러갔다 오면서 나는 이것을 어떻게 지질까? 구울까? 아니면 국을 끓일까? 생각하면서 사무실로 왔다. 그러자 성원이 형은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라고 말했다.
‘사람이 참, 맛있게 먹지 않고는··· 하면서 ’혹시 기름 두르고 구울까요?‘라고 재차 확인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냥 먹어~~”하고 말이 날아온다. 내 말이 마치기도 전에 날아드는···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돌렸다.
군대 매점에서 월급 때나 회식 때 먹던 만두·· 아직도 기억이 났다. 계급이 안 될 때는 언제 불려갈지 모르고, 뒤에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 두 개, 세 개 얹어 놓거나 빗대 놓고 돌리느라 다 익지도 않고 꺼내게 된다. 그러면 어떤 것은 뜨겁고, 어떤 것은 겉만 뜨거운 채 속은 냉랭하고, 어떤 것은 아예 사우나에만 들어갔다 나온 듯한 그런 만두··· 그런 것을 꺼내어도 계급이 안 되었을 때는 정말 잘 먹었다.(나만 그랬을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px에서도 비싼 것으로 통하기 때문에 월급날이나 누군가의 휴가복귀 때나 맛볼 수 있는 만두, 그렇게 덜 익게 되더라도 전자레인지의 문을 열기까지 나는 만두의 밀가루와 고기와 야채들이 기름에 발라진 냄새들로 침을 꿀떡 삼키고는 ‘띠리링’하고 시간이 멎기를 기다리다가 울리기가 무섭게 문을 열고 내 손은 뜨거운 봉지를 접수하고 막사로 달려가던 시간들이 전자레인지에서 돌아가는 동안 내 눈 앞을 스쳐지나간다.
전자레인지에서 빨강 꽃무늬가 그려진 접시에 놓인 만두를 꺼냈다. 김이 모락모락 난다. ‘누가 오래 돌리냐’고 소리치는 사람이 없고, ‘누가 많이 먹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그냥 성원이 형과 나와 단 둘 뿐이다. 똑같은 건, 쭈그려 앉아서 손가락으로 만두와 추억을 쏘옥 넣어 먹었다는 것이다. 그 때는 입대 전 생각했겠지...
2005년 10월 28일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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