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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온 나의 여정

-오윤석-

식구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살아온 나의 삶은 혼자 자립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고 그러기에 내 글이 앞으로 자립생활을 준비하는 장애우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8년 전에 나는 외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셋이서 살고 있었는데, 1995년 그 해에 갑자기 외할머니와 어머니께서 한꺼번에 소천하셨다. 그 전 만해도 그 분들은 내 곁에서 언제나 계실 것만 같았는데 아무 준비 없이 갑자스럽게 당하고 보니 충격이 컸다. 내가 혼자 사는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 몇 가지만 들자면, 첫째 형수님들과 같이 산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물론 내가 여자였으면 생각을 달리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로서 형수님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의 한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그곳에 있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장애인 시설에는 자유도 없고 그저 사육되는 것 같아 싫었다. 그래서 가족들의 만류에도 분구하고 혼자 살기로 하였다.
아는 복지관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느 장애인이 윤석씨가 혼자 사는 것을 보고 자기도 혼자 살겠다고 막 고집을 부려 난처했다." 고...
장애인들이 혼자 살고 싶다고 모두 혼자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건과 조건이 잘 맞아야 할 것이다. 첫째, 식구들의 동의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혼자 살아갈 주거 공간의 확보이다. 나의 경우도 집안 편의시설은 많은 착오로 뜯었다 고쳤다 하였고, 또 그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빼먹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전동휠체어는 필수다. 셋째, 또한 중요한 것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잘 아는 것이다. 중증 장애인일수록 봉사자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물론 주위 근처에 복지관이 많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넷째, 생활 능력일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내게는 가족과 교회, 선교회 등등 주위에 아는 분들의 손길이 많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내가 혼자 살아보니까 집에 늦게도 들어와도 되고,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모임과 문화시설을 즐기고 데이트도 하고 하는데 걸림돌이 없는 이점이 있다. 전동 휠체어를 타기 전에는 봉사자가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과 단둘이 있지 못했는데 전동 휠체어를 타고난 후 단 둘이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삶을 계획하는데 있어서도 자유롭다. 공부도 하고 강의도 듣고 여행계획도 짜고 혼자 다른 지방도 다녀올 수 있었다. 쇼핑도 하고 찬거리를 위해 내가 직접 시장을 봐오는 재미도 나름대로 쏠쏠하다.
한가지 장애우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몸을 혹사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나와 같은 뇌성마비 장애우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몸이 아프게 되면 무기력해지고, 생활능력이 절반이하로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6년동안 혼자 살아오다가 2년 전에 몸도 아프고 힘들어 시골에 계시던 이모할머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지금까지 함게 지내고 있다. 끝으로 많은 장애 우들에게 자유를 누리면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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