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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를 읽고

뱃사람들도 첨단장비를 이용해 항로를 잡는 이 시대에 등대지기는 그 예전의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이란 노랫말이 오히려 어색한 듯도 하다.
뱃사람들 조차 필요로 하지 않는 등대를 지키며 때론 목숨까지 걸어가며 등대에 불을 밝히는 등대지기…
이 책의 주인공 재우도 그렇게 묵묵히 등대를 사랑하는 등대지기 중 하나다.
망망대해의 작은 섬 구명도에서 등대지기로 8년을 살고 있는 재우에게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맏아들에게서 집안의 미래를 걸고 맏아들에게만 공부시키고 의지하던 어머니가 그 큰 아들에게 버림받고 둘째 재우의 곁으로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재우도 어머니를 모시고 싶지 않았지만 구명도에 형수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들어와 한달만 부탁한다며 놓고 가는 바람에 재우의 생활은 질서를 잃게 된다. 그즈음 구명도에 불어닥치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오랜 세월 등대를 지키던 재우에게 시련이 겹치고 만다.
그런데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구조조정의 그 불안함에서도 재우는 아들로서 등대지기로서 지켜야할 사랑의 의무를 다한다.
처음에는 어머니를 향한 미움과 원망으로 대하지만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느끼며 표현하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며 화해하는 과정이 너무나 눈물겹다.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중에도 어머니의 사랑은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재우가 폭풍 속에서 등대불을 지키기 위해 등대에 올라갔다 번개에 맞아 죽을 지경에 놓이게 되는데어머니는 본인의 심근경색증과 치매로 병약한 몸은 생각지 않고 자식을 위해 언덕을 오르고 등대의 그 가파르고 위험한 계단을 오른다.
4일간 그 차가운 등대에 재우는 등대를 지키고 등대지기는 어머니가 지키며…
두 번을 읽었는데 두 번째 읽으면서도 나는 눈물을 훌쩍여야 했다.
어머니는 끝내 돌아가시고 재우는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살아나게 되지만 하반신 마비의 장애를 가지게 된다. 살아야할 의미를 잃고 있던 재우에게 정소장이 건네준 어머니가 재우를 살리기 위해 벗어서 물을 찍어 먹여주던 메리야스…
재우를 살리기 위해 본인은 그렇게 죽어갔던 어머니가 재우의 살아야할 이유였던 것이다.
엄마!
그냥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멍멍해 콧끝이 시큰하고 눈물이 맺힌다.
자식을 위해 자신의 젊음과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또 주기만 했던 부모님들…
나이들어 오갈데 없이 버림 받는 부모들이 늘어가는 이 시대의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요즘은 스스로 노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젊은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 우리의 부모님들은 많은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어디 본인의 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있는 부모들이 몇이나 있었냔 말이다.
낳아주고 끝끝내는 새끼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죽음을 맞이하는 거미처럼 우리의 부모님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뭔가를 주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책속에 담긴 감동을 난 이 지면에 다 적을 수가 없다. 여러분들이 직접 느껴보기 바란다.

"진정 마음 깊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당신도 아름다운 등대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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