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미지
조회 수 2651 댓글 0

상록수 장애 체험 후기 (청각 체험)

 

세상 사람들 김 병준

 

5월 7일 토요일 맑은 오후에 마포구청에 모였다.

일찍 출발했지만 어찌하다 보니 또 늦게 된 나는 맨 뒷줄에 앉아 이미 시작 된 장애 체험에 관련 된

교육을 받게 되었다. 내용은 대략 시각, 청각, 휠체어, 목발 등으로 나눠 진 장애 체험에 관련한 교육이었다.

다행히 각 각의 교육이 시작될 즈음에 도착한 나는 다 들을 수 있었다.

교육이 끝난 후 조별로 나뉘어져 어떠한 분야에 대한 체험을 할지 정하였고,

나는 청각장애 체험을 하게 되었다. 청각 장애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들리지 않기에

말 또한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마스크와 귀마개 그리고 수화를 하지 못하기에 종이와 펜이 주어졌다.

또 한 모두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청각 장애를 맡은 사람들은 시각 장애를 맡은

이들을 도와서 움직이기로 했다.

체험은 시작 되었고, 우리는 마포구청에 나와 월드컵 공원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청각 장애 체험은 다른 체험에 비해 쉬운 편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작 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볼 수도 있고 움직임도 편했기에 말을 못하는 답답함과 잘 들리지 않는 점을 빼고는 참을 만 했지만,

또 한 그러한 점이 나를 힘들게 하였다. 장애 체험자들을 도울 수는 있었지만,

어떠한 곳으로 가는지 또 지금 어떠한 상황인지를 설명할 수 없었다.

 

지금의 경우 모두들 대략적인 길을 알고 있기에 괜찮은 일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장애 체험은 어느덧 중간에 이르러

햇볕이 비추는 따스한 날에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은 사람들로 북적 거렸고,

어느 새 사람들은 우리를 주시하기 시작하며 우리를 관찰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귀마개를 끼어 조금 씩 들리긴 했지만 만약 들리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마치 모두가 평범하게 지나가고 있는

이 길이 나(청각 장애 또는 다른 장애 체험을 하는 이들 더 넓혀서 장애인을 뜻했을 때)에게는

평범한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우리를 평범하게 보지 않았고 관찰해야할 대상인 듯 쳐다보았다.

 

평소 그런 관심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더더욱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중간 장소에서 우리들은 잠시 멈춰 휴식을 취했다.

귀마개로 인해 귀가 아팠던 나는 잠시 규정을 어기고(?) 귀마개를 뺐다.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기 시작했고 물이 흐르는 소리,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소리가 잘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걸어오면서 무엇인가 빠진 듯한 내 기분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누군가와 말로서 대화를 한다는 것 내가 들을 수 있는 것 즉, 이러한 소리가 빠진 것이다.

‘아.. 이런 거구나 내가 겪을 수 있던 경험들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신기한 일,

아니 어쩌면 너무나 간절한 일이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후 다시 반을 건너 돌아왔고

그렇게 체험은 끝났다. 힘들었지만 어찌 보면 매우 짧은 체험이었다.

체험이 끝난 후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엔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거짓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냥 매우 답답했다는 것, 내가 맡은 청각 장애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도였다.

전부 이해했다거나 다 안다는 표현이 아니다.

 

단지 어떤 느낌이었을지 정도만 아주 조금 알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나에겐 있어서는 듣는 다는 것,

그리고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