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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8 02:32

꽃들에게 희망을

조회 수 2633 댓글 0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파올로스 지음 -
손현숙


비밀 하나 알려 드릴게요. 당신, 저 돌멩이가 꽃이 되기를 소망하세요? 그러면 간절히 소원을 말해 보세요. 꽃들의 색깔과 크기와 향기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주문을 외우면서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머릿속에 그려 보세요. 그리고 이왕이면 당신을 쏙 빼닮은 꽃을 피워 달라고 온 몸으로 소원을 빌어보세요. 왜냐하면 당신은 이 지구별에서 단 한사람, 아주 귀한 존재잖아요. 지극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답니다. 보세요, 봄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 세상은 알 수 없는 빛으로 환해졌지요? 정성스런 당신의 마음에 신비의 힘은 반드시 꽃으로 화답 합니다.

오늘, 자신의 자아를 찾고자 애쓴 어느 애벌레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기까지의 고통과 좌절, 이별 그리고 사랑까지 꼭 우리 모두의 삶을 많이도 닮아 있습니다. 보다 나은 삶과 진정한 혁명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며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얼룩무늬애벌레의 이야기.

세상에 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죽어가지만 그 많은 생명 모두 나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비를 간절히 소망하는 애벌레만이 나비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대부분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다 의미 없이 생을 마감하는 많은 생명들, 자신의 이 전과 이 후에 대한 상상력 없이는 소원이나 소망은 무리랍니다. 치열하게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가고 싶은 목표가 뚜렷해 질 때 애벌레는 나비가 되기 위한 꼬치 속으로 죽음을 감행합니다. 시간을 참고 견디면 아름다운 날개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의심 없는 믿음. 이 모든 것은 사탕가게에서 알록달록 사탕을 골라먹 듯 하루아침에 뚝딱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랍니다. 포기한 것에 대한 동경. 호기심. 올바른 판단. 자신에 대한 믿음. 확신.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닿고 싶은 미래에 대한 간절한 마음. 여러분도 가슴속 깊은 곳에 그런 소망을 갖고 계세요?

어느 날 얼룩무늬 애벌레는 알에서 깨어납니다. 배가 고프면 자기가 태어난 나뭇잎을 열심히 갉아 먹고, 자고, 먹고, 몸집은 나날이 부풀어 오릅니다. 그러면서 생활은 따분해지기 시작합니다. 좀더 나은 무엇인가를 갈구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는 곧 세상 구경을 나서게 됩니다. 물, 불, 흙, 땅, 모든 것이 신기했지만 그 무엇 하나 그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지는 못하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기어가고 있는 또 다른 애벌레 한 마리를 만나게 됩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궁금해진 얼룩무늬 애벌레는 그들의 비밀에 끼어들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내 하늘 높이 솟아있는 커다란 기둥이 눈에 들어오고 그것의 정체를 눈치 챕니다. 그것은 커다란 애벌레 기둥이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밀고 땅기고 밟고 밟히면서 저기, 정상을 향해 꼭대기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러나 정상은 구름에 가려져서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얼룩무늬애벌레는 저기 구름 위의 정상이 자신이 당도하고 싶은 그곳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그러나 길은 너무 멀고 험하기만 합니다. 그 벌레기둥에서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목적지를 향한 전진만이 삶의 목표입니다. 서로 밀리고 채이면서 상대방을 이용하여 정상을 향한 걸음을 걷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함께 고민하는 노랑 애벌레를 만나게 되는군요. 그러나 그들은 그런 고민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힘을 합쳐서 위로 위로 몸을 옮기던 그들은 드디어 서로 밟고 밟혀야 하는 지점에 이르고야 맙니다. 얼룩무늬 애벌레는 피도 눈물도 없이 노랑애벌레를 밝고 올라섭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어디에 닿고 싶은 것인지 얼룩무늬애벌레는 그만 깊은 슬픔에 잠겨듭니다. 그리고 결심을 합니다.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두 마리의 애벌레는 구름 위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땅으로 내려옵니다.

둘은 한동안 행복한 생활을 누리지요. 그러나 포기에 대한 동경, 가보지 못한 땅에 대하여 얼룩무늬애벌레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군요. 어디선가 소문으로 들리는 하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환청, 나비만이 그곳에 오를 수 있다는 절망. 그러나 얼룩무늬애벌레는 구름위의 정상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노랑애벌레를 설득해 보지만 노랑애벌레는 정상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확신이 설 때까지 혼자 남아서 기다리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얼룩무늬애벌레는 다시 애벌레 기둥을 향하여 길을 나섭니다. 얼룩무늬애벌레와의 이별을 경험하게 되는 노랑 애벌레는 높은 곳에 이르는 것만이 최선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과 얼룩무늬 애벌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노랑애벌레는 늙은 애벌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나비가 되는 과정이라 했습니다. 나비……. 아름다운 날개로 날아다니며 하늘과 땅을 연결시키는 나비, 그리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날라다 주는 나비……. 노랑애벌레는 애벌레의 미래는 나비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도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나비가 되는 길은 죽음처럼 두려운 길입니다. 지금의 자신을 모두 포기하고 고치 속에서 죽음을 경험해야 합니다. 겉 모습은 죽음처럼 보이지만 참 모습은 여전히 살아남는 것. 노랑 애벌레는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는 길만이 애벌레에서 나비로 다시 탄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나비가 되는 길만이 얼룩무늬 애벌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노랑애벌레는 슬퍼하지 않기로 마음먹습니다. 사랑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이쯤의 고통은 참고 이길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자꾸 다짐합니다. 비단 같은 실을 뽑아 자신의 몸을 에워싸면서 고치속 자신만의 세계로 몸을 들여 놓습니다. 변화에 대한 도전과 용기, 꿈을 이루기 위해서 죽을 각오를 했던 것입니다. 꿈……. 얼룩무늬 애벌레를 다시 만나고 싶은, 그리고 아름다운 날개로 하늘 저, 높은 기둥까지 날아오르고 싶은 꿈.

밤과 낮이 수도 없이 쳇바퀴를 돌았습니다. 드디어 노랑애벌레는 나비로 환생합니다. 용기와 도전과 믿음과 꿈이 이루어낸 결실입니다. 나비는 애벌레기둥을 향해 날아가는군요. 물론 자신의 사랑 얼룩무늬애벌레를 찾으러 가는 길입니다. 저기, 아직도 벌레기둥에서 누군가를 밟고 밟히면서 몸을 사르는 얼룩무늬애벌레. 그의 주위를 날아다니며 나비는 애원합니다. 그러나 둘 사이에 공통의 언어는 없습니다. 그래도 지극함은 하늘도 움직이는 법이라 얼룩무늬애벌레는 곧 자신의 사랑을 알아봅니다.
나비가 되어서 하늘을 날고 있는 저 찬란한 꿈……. 나비의 인도에 따라 주저 없이 땅으로 내려온 얼룩무늬애벌레는 스스로도 나비가 되어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을 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비가 된다는 확신도 없고……. 그 때 노랑애벌레였던 나비가 날개를 팔랑입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릴 수 있다는 마음을 전해 줍니다. 그리고 얼룩무늬애벌레는 용기를 내어 고치 속으로 애벌레였던 자신의 몸을 말아 넣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비는 꽃에서 꽃으로 팔랑팔랑 날아다닙니다. 자신의 사랑, 애벌레의 미래를 기다리면서…….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우리들의 삶. 진정한 용기. 바른 판단. 그리고 사랑에 대한 확신. 꿈꾸는 사람만이 꿈을 이룬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또 있지요? 꿈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꿈은 간절히 원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결실을 보여준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반드시 견뎌내야 합니다. 그래도 당신, 나비가 되어 꽃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지 않으세요? 결고운 날개를 활짝 펼쳐 하늘 저 먼 곳까지 날아오르고 싶지 않으세요?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그 무엇을 더 많이 원하세요. 스스로를 격려하고 믿고 의심하지 마세요. 오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한껏 마음을 여는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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