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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음력 설(춘절) 풍속

입춘을 지나자마자 음력설이 왔다.
중국에서 제일 큰 명절로 적어도 일주일은 공휴일로 쉬게되는 춘지에(春節)가 왔다.
섣달 그믐밤, 밤새 자지 않고 폭죽을 터뜨리며 악귀를 쫓는다는
이들의 춘절 지내기 풍속은 공산주의가 무색하게 참으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전쟁터와 다름없다.
화약냄새가 코를 찌르고, 굉음은 쉴새없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어느 한 안마소는 그믐밤 하루밤에만 터뜨린 폭죽 값이 만원(서울 돈 130만원)이라고 한다.
돈 많은 기업들은 대로 주변에 로케트 발사 시 사용되는 연발형 폭죽 상자를 통째로 여러 박스 사다놓고 자동으로 온갖 모양의 온갖 색깔의 폭죽을 밤하늘 한가운데로 터지게 한다.
그럴 적마다 모여있던 사람들은 귀를 막으면서도 기도를 하고,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매연이 가득 눈과 목구멍을 아프게 해도,...

춘절의 유래는 3천년 전부터 내려왔다고 한다.
원래는 新年이라고 했는데, 20세기 초에 들어와 춘지에(春節)라고 불렀다.
꾸어니엔(過年)이라고도 부른다.

먼 옛날 중국에는 니엔(年)이란 괴상한 짐승이 살았다고 한다.
길쭉한 머리에 뽀족한 뿔을 달았는데, 성질이 사납고 매우 흉악해서
섣달 그믐밤만 되면 깊은 바다에서 올라와 가축과 사람을 해쳤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니엔"이란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했는데, 하루는 한 백발노인이 나타나 니엔을 잡아오겠다고 장담을 하고는 집집마다 불을 밝히고 대문에는 빨간색 글귀를 써붙여 놓으라고 주민들에게 지시했다.
그동안 니엔에게 원한을 갖았던 주민들은 반신반의하며 노인이 시키는 대로 많은 음식을 장만해 놓고 니엔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자정, 니엔이 나타났고, 노인은 빨간색 도포를 입고 니엔을 향해 준비해둔 폭죽을 터뜨렸다. 갑자기 터진 폭죽에 놀란 니엔은 혼비백산 달아났는데, 이 때 대문마다 붙여놓은 붉은 글씨와 밝은 빛에 더욱 놀란 니엔은 그 자리에서 이내 죽었다고 한다.

현재 중국인들이 왜 붉은 색을 좋아하며, 몇 조원의 돈을 낭비해가면서라도 하늘이 무너지라고 폭죽을 터뜨리는지 알 것 같은 이야기이다.
붉은 홍빠오(紅包)를 세배 돈으로 아이들에게 주며
신랑신부가 다 붉은 紅袍를 입는 것도 다 여기에 근거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며칠 째 내 집 앞에서, 바다에서,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폭죽이 터지는 통에 잠자리가 뒤숭숭하다. 물론 화려한 형형색색의 폭죽은 아름다운 환상과 정말 무엇이건 기도하면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바램을 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우리집 강아지는 며칠 째 폭죽소리에 놀래 괜스레 창 앞에 앉아 짖어댄다. 생명의 위험신호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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