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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나는 지하철이다. 새벽 5시에 나는 차고지에서 잠을 깬다. 그리고 2호선 잠실 역에 들어선다. 첫 손님이 탄다. 그중에는 몸무게가 100kg가 넘는 거구의 체격도 있다. 그러나 문제될 것 없다.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내 몸에 탄다. 나는 그들을 위해 내 한 몸 희생해 그들을 각지로 나른다. 오전 7시에 깬 후배 녀석은 강남 역에서 힘들어한다. 출근 시간은 힘들다. 오전 10, 출근 시간도 끝나고 2호선을 2바퀴 돌고 차고지에 쉬러 갔다. 밥도 먹고 기름으로 샤워도 하고 푸 쉬고 다시 차고지를 떠났다. 호우 시간은 한산하고 여유롭다. 사람이 많기로 악명 높은 강남역도 오늘 만큼은 조용하다. 2호선을 2바퀴 돌고 차고지에 밥을 먹으러 갔다. 신도림 차고지였다. 출퇴근 시간이면 역이 꽉 찬다는 신도림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짓누른다. 나는 묵묵히 마포, 구의, 신림, 잠실 등으로 그들을 실어 나른다. 유독 금요일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나는 사람들에게 ‘다음 열차를 타시오’라고 간절하게 애원했으나 그들이 막무가내로 내 입(출입문)을 벌리고 나를 괴롭혔다. 오후 10시 한양대역, 지하철이 조금 조용하다. 성수 차량기지에서 잠깐 간식을 먹고 다시 마지막 손님을 실어 나른다. 신촌에 왔다. 젊은 대학생들의 열기가 느껴진다. 다들 술 냄새가 난다.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한 청년이 나에게 토를 했다. 정말 화가 끝까지 났다. 또한 8호선으로 이사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들 어쩔까 2호선은 나의 영여이다. 밤 12시, 고단한 마음을 이끌고 차고지에 잠을 자러 간다. 몇 명을 실어 날랐는지 노약자에게 잘 해드렸는지 술 취한 젊은이들은 잘 보살폈는지 오늘 하루도 묵묵히 일한 내 자신을 칭찬하며 기쁜 미소를 지으며 불을 끄고 잠을 청한다. 내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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