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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5 10:29

꽃동네사람들

조회 수 2337 댓글 0


사랑 18

매순간 좋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당신을 생각하며 행복했다.
당신은 나의 온 생애를
한결같이 사랑했음을, 나는
알지 못했음에도...
당신과 만났던 아마
그 순간, 그 행복이
그것을 말하고 있었음을
온전히 내가 몰랐음에도...
그래도 그리도 행복했던 것을...

오랜 사랑을
오직 당신만이
그토록 한 사랑을 주는
단 한 분이었다는 것을.


수녀

貞潔함으로
잘 닦아진 그릇을
퉁기는 소리.
수녀님은
청아한 하늘을
담아 놓는다.
회한의 구름이 잠시
출렁여 지난 자리
긴 淸貧이
여운으로 남았다.
가사에 놓친
여타의 殉名은
별과 눈물
몇 개로 남아... .


사랑 19

돌아가는 하루를 항상 첫날이 되게끔
당신의 때 묻지 않은 오늘로 떠올라
매양 비추이게끔 하소서.

매순간 지금은 저 창조의 때임을
당신의 뜻하신바 하늘의 별들 모양
항구한 기억으로 되살아나게 하소서.

한치 앞이 어두운 선택으로 내일이
다가옴에 누누이 비움으로써 당신에게
돌아가는 하나의 외길이게 하소서.

평생의 삶과 소망은 한번의 저녁과 밤
아름다운 노을과 몇 개로 빛난 별
영원한 새벽으로 당신께 향하게 하소서.


자매님

꽃동네 인곡자애병원 치과에서
만난 자매님
병약한 할머니를 모시고 와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버려진 할머니들과 아이들의 집인
애덕의 집의 이름 없는 봉사자로서
오년이 되셨답니다.
앞으로도 할머니와 아이들을 위해
계속 봉사 코 싶다기에
기왕이면 수녀님이 되시지요, 하니
그냥 웃기만 하십니다.
멀리서 희미한 자매님을 보면서
참 욕심도 없는 분입니다.
들꽃 같은 분.


사랑 20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당신입니다.
가난한 이웃에게
당신을 선물할 때,
사랑으로 하여, 당신은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스스로 포장됩니다.
당신의 삶은 그득하게
채워집니다.


귀머거리 할머니

큰 소리에는 귀청이 떨어져도
아주 큰 소리, 지구가 자전하는
어마어마한 소리는 들을 수 없습니다.
하물며 온 우주를 만드신
하느님의 목소리를
애덕의 집 귀머거리 할머니 어떻게 들으시겠어요?
마음으로 들으세요, 마음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 귀가 있답니다.
당신이 믿음으로 여시기만 하면
누구나 변하지 않는 참된 진리만을
들을 수 있는 귀입니다.


사랑 21

당신으로 하여금
쓰는 사랑이기에
마침표가 없고,
당신으로 하여금
쓰는 믿음이기에
물음표가 없습니다.


원죄

오르기가 힘들어
산꼭대기로 꼬부랑길
그 옛날
낙원으로부터
왕뱀 한 마리
쫓겨 내려 온 길이여

평생을
거의 사신 꽃동네 할아버지
지난 생을 돌아보고는
한숨에 싸서
내어 뱉는 말씀
바짝 마른 포도 잎 같은 손으로
묵주 알을 굴리며
인간의 원죄를 말씀하십니다.


사랑 22

욕심에게 내준
사랑의 자리
결국 당신의
자고 썩을 몸을 묻을
황량한 동토입니다.

무관심이 차지한
당신, 사랑의 자리
결국 당신의
갈데없는 영혼이 떠돌
바람처럼 광야입니다.


정복씨

정복씨는 서른 살 어른아이입니다.
무거운 배식 구루마를 끌며, 그만치의 몫을 하는
정신박약의 정복씨는
꽃동네 회원들이 타고 온 버스운전기사에게
테이프를 얻는 재주도 있어
이어폰을 폼 나게 끼고는, 대 지난 신문을 돌리며
폐물 할아버지 사회에서 사람 몫을 해냅니다.

아름다운 꽃길, 슬픈 먼 산길을 따라가면
성지골이 있습니다.
성지골에는 그 곳에서 농사짓는 꽃동네 식구들의
밥을 짓는 정복이 엄마가 있습니다.
사람 몫을 하는 정복씨를 위해
꽃동네로 함께 온-

재봉실에서 만들어 준 몸빼바지
꽃동네 회원이 주신 돈으로 산 담배 한 보루 들고는
엄마를 보는 일이 신이 나서
꽃동네 구원의 집에서 꽃동네 성지골로
두어 달 만에 씩씩하게 떠나는 정복씨
실비 오는 이른 아침에-.


사랑 23

죄가 많아
어머니를 잊고
슬퍼져서
어머니를 지우며
살았읍니다.

사랑을 찾을 때 면
곳곳에서 배어나는
용서의 어머니
밝게 웃으시면 서도,

가난과 시련의 이웃들 곁에
갸름한 얼굴 보이십니다.
더 한 사랑을
키우시려는 듯... .


신기하씨

정복씨 데리고 휠체어에 물병을 달고
용머리 약수터에 나타나는 신기하씨는
인상이 험악해 꽃동네 건달쯤으로 보입니다.
인쇄소에 다니다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됐지만
언젠가는 시설 좋은 인쇄소에서 일하는 것이 바램이라는
신기하씨는 말 몇 마디 나누어 보면
예절 있는 붙임성에 밝은 당당함을 가진 사람입니다.
허리 쪽 신경이 잘못되어 항상 다리에 고통을 달고 살지만
얼굴을 찌푸리는 일이 없습니다.
사람에 있어 고통은 평상의 일인 듯
축복으로 주어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그런 신기하씨의 주위에는
생기가 넘치고 사람이 모이고
험악한 얼굴은 볼수록 의젓하고 당당합니다.
짧고 틀어지게 변형된 양다리를 모포로 가리고
휠체어에 의젓하게 앉은 신기하씨도
허리 신경수술을 잘못 시술한 의사 때문에
몇 번 웃음을 잃고 자신의 불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험악한 인상과 간단없는 고통을 가려 주는
웃음을 아주 잃지는 않았습니다.


사랑 24


자신보다 항상
큰 것에 믿음을 두나
항시 작은 것을
차지하는 사람.

지금 것들을 비우며
내일을 예비하지만
소유한 것을 소중히
욕심을 내지 않는 사람.

요란한 세상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눈감고 고요히
제 영혼의 탄식에
귀 기울이는 사람.

남이 내게 한
잘못에 대해
용서할 수 있음을
내가 남에게 한
잘못에 대해
성찰할 수 있음을
감사드리는 사람.

판단은 오로지
하늘에 맡긴 채
누구도, 아무 것도
나의 약점을 인정해
속단하지 않는 사람.

다만
땅의 권리는,
하늘에서의 의무요
땅의 희생은
하늘의 축복임을
알지요.


본동 박씨

비쩍 마른 본동의 박씨는
큰 소리로, 봉사하는 예쁜 자매들을 불러 세우고는
아무 때, 곳을 가리지 않고
시답지 않은 소리를 지껄입니다.
박씨는 무릎을 굽힐 수 없는 뻗정다리입니다.
남들은 흑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다리모양 심성이 곧은 박씨에게는
평상적인 관심밖에 아무것이 아닙니다.
뻗정다리 박씨는
꽃동네 미사에 매일 빠지는 일이 없습니다.
구원의 집으로,
본동으로,
정신 알콜병동으로,
애덕의 집으로,
멀리 심신 장애자의 집까지-
쌍지팡이에 의지한 채 미사 중에 우뚝 서 있습니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지만, 항상 선 채로
하느님을 경배하는 은총을 허락 받았고
함부로 하는 농도
부끄럼 없는 떳떳함일 것입니다.
곧은 다리와 같이.-


사랑 25

사랑은
무한한 권리며
유한의 의무입니다.
삶만큼의, 불변의 생명
이웃에 있는
영원한 왕국입니다.


신판길씨

생김새가 여리고 신체도 크지 못해
‘쏘리’라고 놀림을 받는
신판길씨는
팔뚝에 콩팥이 있습니다.
오줌을 거르지 못하는 신부전증
일주일에 세 번
청주 남궁병원으로 피를 거르러 갑니다.
앰브란스 타고 오줌 누러 갑니다.

하수나 폐수로 강물이 썩고
매연 등으로 공기가 오염되듯이
누군가의 버린 양심으로, 지은 죄로
우리들 중 누군가에게는 병이 됩니다.
대속의 의미로-

용접공이 며칠 쓰는 산소를
하루에 한 병씩 들어 마시는
변씨
심한 천식으로 몇 년을 누워 있는
산소 없이는 단 십분도 숨이 막혀
살 수가 없는 변씨
항상 코에 호스를 끼고 큰 산소 병을
곁에 두어야만 삽니다.
꽃동네 은인들, 봉사자들
감사합니다.


사랑 26

내게 넘친 것
하나를 소유하면
그 하나는
나에게 있는 것
열을 소유할 것입니다.

나에게 있는 것
하나를 양보하면
그 하나는
내게 모자란 것
열을 채워줄 것입니다.


聖歌

구원의 집 식당 방에는
홀로 움직여 바깥으로 나가기 힘든 노인들이
불편한 몸으로 별 소일 없이 항시 지내고 있습니다.
멀리 서울서 오신 꽃동네 회원 아주머니들
식당 방을 찾아
숙연한 모습 되어 아이들과 손잡고 입을 모아

‘우리가 언제 주님께
음식을 드렸고
목마른 주님께
마실 것 언제 드렸나
진실 되게 이르노니
미소한 형제 중에 하나에게 베푼 것
모두가 내게 한 것이니라.

우리가 언제 주님을
집에다 모셨고
헐벗은 주님께
입을 것을 드렸나
진실 되게 이르노니...

노래를 아름답게 부르고는
사과 세 상자와 귤 두 상자를 두고
바쁜 일정에 맞춰 가셨습니다.
구원의 집 각 호실에는
식당 방에도 못 나가시는
중증 장애노인들이 꼼짝도 못한 채
희미한 노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있었습니다.


사랑 27

당신 영혼이 깜박 잠든 시간
사랑은 당신 곁을 지나쳐 갔습니다.
아마 수 없이 그랬을 것입니다.
사랑의 그림자를 사랑으로 알고 있는
세파에 피곤한 그대들에게... .


젊은 엄마 2

어느 날이었지요.
젊은 엄마 한 사람
어린 아들과 어린 딸에게
큰 사탕 한 봉지씩 가슴에 안겨 가지고는
구원의 집 각 호실마다와, 식당 방을 돌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사탕 한 알씩
손에 쥐어 주게 하는 것이었지요.
혹 어느 할머니가
작은 사랑을 받는 것을 빼먹으면
아이에게 일깨워 주는 것이었지요.

사랑은 아주 작은 것부터
사탕은 빠짐없이
라고요.


사랑 29

엄마 닭을
병아리가 졸졸
따라다닙니다.
이것을 ‘각인’이라 한답니다.

우리들의 ‘각인’이
사랑이라는 것을,
하늘까지 따라 갈
사람은 압니다.


미소

조금은 돈 것 같다는 염 노인의
미소는 신비롭습니다.
누가 말을 걸기 전에는 한마디 말없이
항상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미소 짓고 있는
염 노인의 미소는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누가 무얼 시키면
익은 벼처럼 굽은 허리 그대로
보이듯 말 듯한
미소를 한 채 시킨 일을 합니다.
스스로 구원의 지 긴 복도를 닦을 적에도
미소를 머금고 고개 숙인 채 합니다.

염 노인의 얼굴은
미소 짓는 성자의 그것입니다.
미소로 속죄하는
성자의 얼굴입니다.


사랑 30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혼자만의 길은 알아야 합니다.
사랑과 더불어 헤쳐갈 수 있는
어두운 영혼의 길을...
은총의 끝은 알아야 합니다.


기풍씨

아무 약이나 함부로 타 먹어
눈치를 받는 기풍씨는
빌린 돈으로 몰래 사 온 담배도
헤프게 잘 나눠 줍니다.
애덕의 집 할머니들과, 얻어 필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제 것이 없으면
갈데없는 천덕꾸러기가 됩니다.
이북서 피난 내려와 주먹깨나 쓰는 건달이었다는
기풍씨는
젊은 시절, 술버릇인
남을 갈취하는 버릇을 쉽게 버릴 수 없었던 것같이
지나면 술버릇처럼 설움을 받을 값이라도
지금에 나누어 주는 버릇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아직은 어리다 할 딸이
서울에서 남동생의 학비를 대며
항상 부족한 담배 값을
가끔 부쳐 옵니다.


태련이

뇌성마비인 태련이는
에수상 바위에 앉아
카세트를 듣습니다.
여자에게 몹시 수줍어하는 태련이는
아저씨. 할아버지들뿐인
본동가족들과도 동 떨어 진 존재입니다.

술만 먹는 남편을 뒤치다꺼리하고
미장원 하느라 바쁜 태련이 엄마는
삼 년째 태련일 보러
한 달에 한번 어김없이 꽃동네에 옵니다.
맛있는 것 먹이고 새 옷 갈아입히고
머리 깎이고, 목욕시키고, 손톱 소제까지 마치면
넉넉한 카세트 건전지를 안기고는
서울로 돌아갑니다.

대필로 써 보낸 음악 프로의 엽서 소개가
엄마보다 더 기다려지는 태련이
나중까지 꽃동네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요?

그 또래인
기풍씨의 딸과 아들은
서울에서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요?


사랑 31

하늘의 별들은
빛으로
포도송이모양
하나이나
어둠에
각기 섬으로
하나이듯이...

땅의 우리들은
사랑으로
달콤한 과즙모양
하나이나
무지에
각기 눈물방울로
표류합니다.


기영이

기영이는 뇌성마비입니다.
기영이는 간질이 있습니다.
기영이는 한 쪽 폐를 앓고 있으며
기영이는 말을 못합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기영이를 보면
나누어주고 돕고 싶어지고
사랑을 생각하게 됩니다.

기영이는
어려운 역할을
훌륭히 해내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랑 32

모두들 신음하니
아무도 들리지 않습니다.
사랑의 절규입니다.

모두들 서로 향하나
대개는 보지 못합니다.
사랑의 모습입니다.

모두들 넘치도록 지니고도
항상 모자랍니다.
사랑의 초월입니다.

작은 실천으로부터...
사랑의 지혜입니다.


참 사랑입니다.


사랑입니다.
최귀동 할아버지

하느님께서
베풀었으나
받지 못해 되돌아가는,
사랑을 얻어다
자신보다 더 못한 이들과
함께 나눈 사랑
참 사랑입니다
귀한 쓰임이십니다.


사랑 33

누구에게나
사랑은
그 사람의 도구로
특별히 주어집니다.

누구라도
행위 함으로
보편의 큰사랑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사랑 34

사랑의 길은
설혹 잘못 갈 수 있으나
사랑으로 향함은
결국 잘못되지 않습니다.
땅에서 하늘까지...

진리로 향함을
잘못될 수도 있으나
진리의 길은
잘못되어가지 않습니다.
하늘에서 땅으로의... .


꽃동네 식구들

운동시간에 축구를 하면
내 골대 네 골대 가릴 것 없이
아무데로나 공을 차대지만
한 골도 못 넣었다는
정신병동 박군.

일을 해야 막걸리 한 사발 얻어 걸릴 텐데
비 오는 날이면 공치는 날이라며
누릉지나 얻어다 놓고는
낙수 물소리에 조금씩 취하는
평화의 집 김씨.

이북에서 넘어 와
이형근 대장을 포섭하려다 잡혀
삼십 칠 년간을 감옥살이하고
반신불수까지 됐지만
아직 목만은 꼿꼿이 세우고 걷는
청주 감호소에서 온 함씨 할아버지
오늘도 하루가 지나갑니다.


꽃동네 시구들 2

한 여름 밤
꽃동네 앞 수련장에서는
남녀 학생들의 캠프파이어가 한창입니다.

애덕의 집 성당에서는
수녀. 수사. 형제.자매들이
신부님의 긴 강론에 열중해 있습니다.

구원의 집 각 호실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들의
지치고 불편한 몸을 뒤척이고 있습니다.

모두의 머리 위
하늘 높은 곳에는
별빛이 영롱한데-

내 몸,
자은 몸 안에
수십억의 세포를 지니듯이
우리 모두는 지체일 뿐입니다.
우리는 한 몸입니다.


사랑 35

한결같을 수는 없었습니다.
일렁이는 촛불처럼.
그러나 당신으로 하여
촛불의 심지모양
나의 삶은 행복했었습니다.
촛농같이 눈물을 떨구며
나만의 작은 빛으로
당신을 향하였던 것이... .


사랑 36

마음이던 물질이던
사랑할 대상도 없이
당신이 가난하다면
먼저 당신을 사랑하세요.
그 누구보다 극진히...
외면하던 이웃과 세상도
점점 당신에게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당신도 역시
이웃과 세상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가난한 당신!
먼저 자신에게도 소외된
당신의 영혼을 사랑하세요.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만
지니면 됩니다.


침쟁이 아줌마

매주 수요일이면
꽃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무료로 침을 놔 주러 오는 침쟁이 아줌마
벌써 몇 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이 없습니다.
어느 비 오는 수요일
침쟁이 아줌마는 다리를 몹시 저는 계집아이와
함께 왔는데
계집아이는 침쟁이 아줌마의
귀여운 딸이었습니다.
아픈 사람이
남의 아픔을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낄 때
고통의 또 다른
넒은 의미와 만납니다.


사랑 37

사랑하는 사람에겐
고백해야합니다.
변치 않는
사랑에 본질에 대해...
인간으로서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고백성사를... .


정신병동 식구들

수녀님을 따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정신병동 식들은 엠브란스에 실려 갔습니다.
충북의료원에 몇이 내리고
나협회 충북지회 피부과에 또 몇이 내려
차례를 기다리면서
보는 사람마다에게 담배를 달래 얻고도
재떨이에서 꽁초를 뒤지는
변소에서 소변을 보고는 대변 닦은 휴지로
제 잠지를 닦는, 왜 가져 왔는지
거울 벙어리장갑을 끼고 배고프다고 조르는
이들은 뭔지 차지 않는 허전함밖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인지 모릅니다.
치료를 마치고 한데 모여
공기밥 한 그릇에도 값을 매기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는, 고요에 잠긴 청주공설운동장을 지나며
저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곁을 지나쳐
병동시구들 엠브란스를 타고
꽃동네로 돌아옵니다.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그들의 벼랑으로부터

자신의 욕심을 알지 못하면
차지 않는 허전함밖에는 남는 것이 없습니다.


정신병동 식구들 2

비 오락가락하던 날
정신병동 식구 몇이
빨래를 널고 있습니다.
잠시 햇볕이 든 사이에-
그들도 영원한 구원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
정신병동 식구 몇은
젖은 쓰레기를 치우고
몇 가치의 담배를 나눠 받고는
다시 병동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갈 수 있다면
이북에서 온 부모님들의 업둥이라
고향은 아무 곳에도 없지만
그 옛날
아무 것도 모르며 살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심약한 심성으로
개망나니처럼 주벽으로
키워주신 어머니 속깨나 썩이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타향을 제 집처럼 떠돌다
맹물만 삼켜도 토하며
기어서 꽃동네로 온 나
스산한 바람 부는
평화의 집 뜨락에 앉아
도대체 없는 고향을 생각해 봅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그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본향에 대하여
무지와 교만, 호기심으로 지은 죄들을
어떻게 뒤로 하고 돌아갈 수 있을까,를... .

아직 더 살아보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이 길을 멈출 수 없어요.
왜냐면
이 길의 끝 바로
벼랑 끝으로부터 난
날아오를 테니까요.
모두들 벼랑을 끝이라며
두려워하지만
난 말해 줄 수 있어요.
진정 벼랑과 끝은
그대들의 마음으로부터
날마다, 이 순간에도
꺼져 내려앉는 것이라고
손발이 헤지고 상판이 누더기라도
나를 멈추지 않을 거래요.
그분이 마중 나오시는 곳까지
기어서라도 가야겠어요.
아무도 더 살아보라고
말하지 않지만.


당신 38

밝은 대낮에 빛을
찾는 사람은 없으며
더러운 옷 위로 새 옷을 입는
사람 역시 없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詩로 받아 적으며
純金같은 그 말씀이
세상의 틀로 鑄型되거나
저의 욕심으로 價値되거나
세대의 필요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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