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황달에 걸린
누런 버드나무 가지 끝에
바람이 앉았다 날아가며 전하는 말은
가을이 오고 있으니
빨리 옷 갈아입어라
바람이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며
호들갑떠는 모습이 황홀한건
지나간 내 사랑
예쁜 단풍잎을 닮았기 때문인데
단풍의 사랑의 정의는
뜨겁고 짧게
애틋하게 사랑하다
하얀 옷 입은 질투의 계절에
후두둑 핏자국만 남기고
떠나는 냉정함 때문이다
매번 앙상한 알몸만을 남기고
모두 빼앗아도 슬퍼할 수 없음은
그것이 창조자에게 보답하는
가장 멎진 삶이기 때문이다
시: 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