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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5 14:16

꽃동네사람들

조회 수 2271 댓글 0
사랑 55

당신 말씀 스스로
우리 되어 움직이고
당신 형상 스스로
우리가 아름다워지려
당신 생각 스스로
우리가 선하게 하며
당신 마음 스스로
우리가 사랑하게끔
당신 자비 스스로
우리가 용서하기를.

그 풍요로움으로
모자람을 채우시고
그 찬란함으로
어둠을 쫓으시며
그 높으심으로
낮은 곳으로부터
그 드러내심을
인내로의 하시고
그 굳건하심으로
흔들림을 참으시며
그 변치 않음은
떠도는 이의 위안
스스로 자리하심
돌아갈 바로 그곳
입니다.


평화의 집 식구들 2




우리의 양식인 논의 모가 자라면
잡초인 피가 그만큼 따라 자랍니다.
벼를 피처럼 버려 놔도 자라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가 아닙니다.
평화의 집 식구들은
백여 마지기의 논과 둑의 잡초를
지난 저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같이
자르고 또 땀 흘러 자릅니다.
사람의 본성도 성찰치 않으면 잡초와 같아
베어지거나, 짐승이나 먹이듯이
자신 성찰이 부족한 사람은
하느님의 쓰임새에
쓰일 사람이 못됩니다.

힘든 노동 단순한 삶은
하느님의 뜻하신 바 은총이며,
평화의 집 식구들의
노동과 땀 흘림은
참 좋은 자기성찰입니다.


남씨

덩치는 크지만
마음은 순하디 순한
평화의 집 남씨.
장사를 하다가 빚을 지고는
보금자리인 가정을 뒤로 하고, 몇 년째
꽃동네에 삽니다.
평소 말이 없어 짐작은 할 수 없지만
얼마나 가족이 보고 싶을까요.
된 일을 하며 돈도 못 받는 품팔이
말은 없지만 남씨의 속앓이
언젠가 명절 날
둥근 달을 올려다보면서
조금 남은 더 참으면 가족 곁으로 갈 수 있다며
막걸리 몇 잔에 풀어진 얼굴로
법의 시효를 암시하는 말을 합니다.
천국에는 빚쟁이도, 법의 시효도 없고
더구나 문지기도 없지만
하늘의 빚인 죄를 진 사람은
스스로 영원히 그 문을 지나쳐-
사랑하는 가족뿐 아니라 모든 선한 사람과
헤어져 갈 수 밖에 없다는데
세상의 우리는 한시적인 무서움 밖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랑 57

가장 큰 걸림돌,
죽음입니다.
제일 무거운 짐,
죽음입니다.
살아있을 때
조금씩 떼어내고
조금씩 덜어내십시오.
자신이, 걸림돌이며
짐인 자기의 욕심을,
나눔과 사랑이
될 수 있는 이웃에게,
살아 움직일 때... .


김형의씨

살붙이들도 있는 김 영감님이
어찌하여 평화의 집에 오시었는데
평화의 집 식들은 영감님을
아버지 .형처럼 잘 모셔 주었는데
이름도 비슷하여 김형의씨응
업어 변소에 다닐 니라
김창의 영감님을 친뿐 아아버지 모양 돌보았습니다.
여감님이 하늘나라로 떠나시자
어디서들 나타났는지, 살붙이들이 찾아 와
그간 수고 많으셨다며
김형의씨에게 시계를 선물했습니다.

시간은 공평히 흘러가는 것
쉬는 시간 뜨락 의자에 앉아
사람은 살았을 때 사랑해야지
죽으면 아무 소용없다며
영감님을 보고프면, 시계를 보면 된다면서
검게 그을린 팔뚝에 금빛으로 빛나는
시계를 보며
‘사랑이 무정하더라, 가는 당신이 야속하더라..’
유행가 한 곡조
구성지게 부르는 김형의씨.



사랑 58

욕심이 없는 사람은
제 것을 주기도 하나
보이지 않게 제 몫의 어떤 것을
욕심에게 빼앗기기도 합니다.
보이지는 않으나 사랑은
그의 감사와 만족만큼
평화를 보상합니다.


김근수씨

우리 방 김근수씨
어느 날 저녁 하나뿐인 여동생 얘기를 합니다.
꽃동네에서 넘어지면 코가 닿는 덕산에
산다는 여동생.
오빠가 이 곳에 올 때까지 이십여 년을
뒷수발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칠 년째 영 무소식인 여동생 얘기를 합니다.
겨우 밥술이나 먹는 동생이 오려면
아무래도 돈이 많이 깨질 것 아니냐고
조목조목 은연중의 바람까지 얘기하다
창 밖으로 어둠을 바라보는 김근수씨.

스물이 막 되기 전, 병에 걸려
뼈 없는 동물처럼 온 몸이 흐느적거려
혼자 거들어서는 변소 보이기도 힘든
망가진 인형 같은 몸이지만, 힘도 잘 못 주는 손으로
라디오, 손전등, 무엇이든 잘 고치고
일회용 라이터에 가스를 넣어 쓰게 해 주는 기술도 있어
구원의 집 할아버지들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몸을 못 움직이는 대신 입바른 말을 잘 해
미울 때도 있지만-
칠 년째 못 오는 하나뿐인 여동생의 마음을 헤아리는
어느 날 저녁에 김근수씨는
허전하고 쓸쓸하게만 보입니다.


사랑 59

당신은 완전하시기에
나를 용서하시니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서로를 사랑해야합니다.
당신은 한 분이시기에
나를 사랑하시니
우리는 보좔 것 없기에
서로를 용서해야 합니다.
우리의 눈물과 땀이
당신께 빛나는 보석이 되는 것은
우리 하나 하나를 눈여겨보시는
당신의 영원하신 진리며 가치입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의 ‘우리’며
우리는 항상 당신의 ‘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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