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미지
조회 수 1947 댓글 0
김석환 상록수 이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상록수 모임에서 이미 오랜 동안 백일장을 열어 오고는 있었으나 처음으로 응모 범위를 확대하여 실시한 이번 대회에 약 50명의 작품 200편 가까이가 접수되었다. 작품 양만 아니라 그 질적 측면에서도 매우 높아졌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산문 분야에 비해 시 부문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였는데 앞으로 이 대회가 더욱 발전할 징조가 보인다.

홍성원씨의 시 <가을로 가는 여정>은 화자가 나무가 되어 한숨과 눈물의 여름을 오히려 은혜의 계절로 감당하며 결실의 가을을 기다리는 비유적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하여 시가 갖추어야 할 문학성과 진정성 두 측면에서 모두 성공하여 큰 감동을 준다. 당선 작품으로 뽑은 이 시뿐만 아니라 함께 보낸 나머지 3편의 시 역시 비유와 언어의 절제가 돋보이며 고르게 높은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어 홍성원 씨를 대상 수상자로 뽑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심갑보 씨의 시 <집념>은 벌레들이 멀리에 있는 목표를 향해 고난을 이기며 가고 있는 상황을 형상화 하고 있다. 다소 산문적인 서술이 시적 긴장감을 감소시키는 면도 있으나 끝까지 비유를 통해 내면을 보여 주려는 것이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함께 보낸 작품들이 다소 관념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심씨가 좋은 시를 쓰기 위해 극복할 문제일 것이다.

이우식, 서주관, 한상식, 최미영, 주라미 씨의 작품이 아깝게 탈락 되었으나 꾸준히 노력한다면 우수한 작품을 쓸 수 있으리란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응모작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티라면 감정을 형상화 하여 보여 주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토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모한 이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더욱 정진하여 외롭고 힘든 시의 길을 열어가길 바란다.

심사소감(수필. 소설부)
심사: 현길언(소설가. <본질과 현상> 발행인)

장애 우와 그들과 함께 동역하는 회원들이 보내온 수필과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은 오래 동안 공부를 하지 않고는 쉽게 쓸 수 없는 장르여서 응모자가 많지 않았고, 그나마 응모한 작품에서 입선작을 뽑지 못하여 아쉬움이 크다.
수필부분에서는 대체로 문장이 안정되었고, 쓰려는 내용을 잘 정리한 작품들이 눈에 띄어 반가웠다.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지만, 그래서 더 쓰기가 힘들 수도 있다.
문제는 정말 자기 체험 가운데서 얻은 진실성이 돋보여야 한다.
체험하여 얻은 글 소재가 작자에게는 절실하게 남아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줄 수 있으려면 그 글 소재에 작가의 진실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 진실성이라는 것은 정말 작자가 절실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관념적으로 늘 생각해 온 도덕적인 것인지 곧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다음에 그 쓰려는 것을 정리해서 어떤 체계로 독자에게 전해야 할 것인가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 다음에 쓰기 시작해야 한다. 문장도 마음을 써야 한다.
너무 멋 부려 쓰려고 해서도 안 된다. 예를 들면 친구에게 내가 겪은 진실을 담담한 어조로 말하는 그런 자세이다. 내 이야기를 꼭 들어줘야 한다는 부담을 상대에게 줄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그 이야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문제가 안 된다.
내가 이야기하려고 한 것을 충분히 전해 졌는가, 이것이 문제이다.
그런 이야기(글)가 되려면 말하는(글 쓰는) 태도부터 진실 되어야 한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말한다면, 좋은 이야기(글)가 될 것이다.
글은 우선 작자의 진실성이 문제가 된다. 그런 글이어야 읽는 이에게 감동과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상념의 스크린>은 내용이 약간 추상적이긴 했으나, 문장이 다듬어져 있고, 쓰려는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소화했다. 무엇을 써야 좋은 수필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면 글이 더 나아질 것이다.
장려상인 <크리스마스 선물>도 평범한 소재인데도 그런대로 자기생각을 전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단지 단락 나누기에 대해 공부를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자기 생활을 사랑하고 열심히 사노라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글은 삶의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