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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많은 것을 느끼며...]

 

한원혁(광운대11학번)

 

처음 장애 체험을 하러 왔을 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어려울 것 같은 게 뭔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봤는데 가장 어려울 것 같은 게 시각, 휠체어였습니다.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터라 피하고 싶기도 하고 반대로 얼마나 힘들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자신이 체험할 장애를 뽑는 시간, 바로 제비뽑기통 앞에 가자마자 뽑아든 종이에 '시각'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각 장애 체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안대를 받으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한 번 체험해보자'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안대로 눈을 가렸습니다.

그렇게 쓰고나서 밥을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처음부터 양념 쓰레기를 만지고,

도시락판을 들어도 무슨 반찬이 나왔는지 모르니 답답하고 짜증이 났습니다.

결국 남이 먹여주는 건 또 싫어서 그냥 먹다가 남겼습니다. 밥맛이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또 누가 장난으로 툭치고 가면 어디서 때렸는지, 누가 때렸는지조차도 모르니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당하다보니 '주변의 시각 장애인분들이 이렇게 당하면 얼마나 열받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작 나 자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싶은데 이렇게 자꾸 당하다보니 세상을 자꾸 비관적으로 보게 만들었습니다.

즉, 주변 사람들은 장난에 불과하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드디어 밥을 다 먹고 건물 안에서 밖으로 나갈 때, 선천적 청각 장애 체험하시는 분들이 도와주셔서 밖으로 잘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자꾸 머리를 멤돌았습니다.

계단 오르는 법을 배운대로 실천하여 잘 올라갈 수야 있었지만 앞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청각 장애 체험자분들이 손으로 알려주거나 혹은 혼자서 지팡이로 알아내야해서 많은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의자에 도움을 받아 앉을 때도 뒤에 의자가 있는지 없는지 자꾸만 걱정이 되고 엉거주춤하며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웃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저한테는 웃을 일이 아니였습니다. 정말 앞이 안 보이니 촉각과 청각에만 의지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했으며,

그로인해 외출 시에 더욱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길을 가다보면 옆에서 도와주시던 청각 장애 체험자분이 휠체어가 빨리 못 가니까

도와주려고 휠체어 탄 분들을 도와주실 때가 가끔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손을 놓고 혼자 걸어갈 때가 있었는데 그 당시의 두려움이란 정말 잠시였지만 실제로도 안 보이는데

마음도 캄캄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몇 초도 안 돼서 다른 분들이 도와주시고 다시 돌아온 청각 장애 체험자분이 도와주셨지만

그 순간적인 두려움이 체험이 끝나기 직전까지도 남아있었습니다.

정말 무슨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두려움이 컸습니다.

목적지의 절반을 와서 잠시 쉬며 절대 음감 게임을 준비할 때, 잠시 안대를 살짝 벗고 주변을 봤습니다.

솔직히 규칙 위반이었지만 한 번 주변을 돌아보고 싶어서 봤는데 다른 장애 체험 하시는 분들은 서로 여러 얘기를 나누시는데

시각 장애 체험을 하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땅을 쳐다보시거나 의자에 앉아서 어울리지 못 하는 등

참...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저 또한 다른 사람들하고 몇 번 얘기를 나눠봐도 얼굴을 모르니 사람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다시 한 번 그 분께 말을 걸고 싶어도 내 주변에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절대음감 게임을 끝내고 다시 마포구청으로 되돌아온 후,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린 저는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갑갑함을 느꼈고 신체적으로도 정신이 혼란스러우니 자연스럽게 같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체험을 모두 끝내고, 시각 장애라는 것에 대해 많은 힘듦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이론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저에겐 크나큰 공감대를 형성하였습니다.

시각 장애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단지 동영상, 사진, 이야기 등을 통해 알아가는 것이 아닌

몸으로 직접 체험해봤기 때문에 더욱더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잠시동안 체험을 해봤는데도 녹초가 되어서 잠을 청하게 되는데 매일매일 일상으로 사시는 분들께는

얼마나 힘드실지...말이지요. 체험을 하면서 새삼 알게 된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환경은 정말 장애인들을 위한

환경으로 잘 구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도로며, 시설물이며 모두 마음에 쏙 들지않았습니다.

이번 체험을 통해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을 더 많이 구축해야하며,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그 도움이 동정하는 마음만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였으면 좋겠습니다.

동정의 대상보다는 친구로서,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으로서 서로서로 도움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서로의 장단점을 이겨내고 하나가 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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