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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5 22:38

당신들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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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세월


우리가 살아온 세월을 탓하지 말라

우리가 지내온 그 겨울날
얼음장 같은 나날을 더 이상 돌아보지 말라
당신들이 사라져 간
그리곤 시들어 간 그 시절을
더 이상 애닯아 하지도 말라

새싹 오르던 봄날이 그 어드메까지 펼쳐지고
무서리 내리던 가을 날 허망함은
또 얼마나 사무치던가

아침에 눈 깨인 그날에
쏟아지던 폭우 속에 갇히운 채
새벽잠 속에 당신들은 어디에 서 있는가

봄비 내리던 파릇파릇한 그날을 잊으라 하는가
쏟아지는 봇물처럼 저며가는 그 하루를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그 겨울도 가고 없는데

당신들은 기억하는가
우리들이 간직한 그 설움의 끝을
아파오던 기억이 하루 해도 못 견디는 그 안타까움을

당신들은 참으로 참으로 통곡할 수 있는가
몸서리치며 젖어들고야 말던 그 참담한 기억을

우리 이제 길고 긴 터널을 돌아보며
당신들의 새날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보내고 마는데
참으로 당신들은 우리들의 서러운 세월을 말할 수 있는가

그 허망한 삶과
그 천박한 주검으로
상실해버린 갈증을 돌이켜 내야만 하는가

당신들은 지금도 그 적막한 세월을 기억해 낼 수 있는가
죽음보다 차라리 더한 기다림으로
무너질 그 세월을 더이상은 그리워하지 말라

우리가 살아온 세월은
그보다 더한 불길 속에 훨훨 타오르는
그리움으로 살아남아 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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