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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1 10:38

차 한 잔의 명상

조회 수 973 댓글 0
차 한 잔의 명상

-김진우-

위태한 나무에 앉아
바람 친구 밀어주는 그네 타며
봄볕과 여름 볕과 가을볕을
다 받아먹어 불룩 나온 배를 안고
발그스름 웃고 있는 대추를
꿀과 함께 재워뒀다
창밖의 풍경을 담아 마신다.

상큼한 봄볕이 혀 밑에 감돌면
쓸쓸한 마음 달래려는 여인이
추억의 우산 받쳐 들고 지나가고

알싸한 정열 입안에 가득하면
고뇌의 세월을 피워 문
사각모 눌러쓴 젊은이가 지나가고

구수함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
너덜해진 세상 옷 벗고
동구 밖으로 꽃상여
타고 가는 사람의 노래 사라지고

찻잔을 다 비우고 나면
온기 묻은 의자만 남기고
나도 제 길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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