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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의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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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워서 아침부터 기분이 굉장히 불쾌했었다는 기억만이 선명한 여름이었다. 당시에 고등학생인 나는 보충수업 때문에 아침일찍 일어나야 했다. 아마 6시 반 조금 넘어서 인가? 부랴부랴 씻고
아침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따르릉" 정말 참신하지 못한 전화벨소리..

나는 서둘러 밥을 먹고 나가야 하는 탓에 어머니가 그 전화를 받으셨다.

"네...그래요?...이를어째.."

전화받으신 어머니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 듯해서 무슨일인지 묻지 않고 그냥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마침 아버지께서도 전화벨소리에 잠이 깨셨는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셔서 식탁으로 오셨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여보..여수 작은 할머님이 돌아가셨데요..."

"어 그래?"

그 얘기를 듣고 나도 놀랐다. 작은 할머니는 어릴적부터 시골에 가면 나를 옆에 끼고 사실 정도로 친척분들중에 유난히 나를 좋아하시던 분이셨다...그래서 언제나 내려가면 바다본다는 핑계로 항구근처에 사시는 작은 할머니께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당시 다른 친척들은 다들 나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같이 놀사람도 없었고..어차피 어른들 밖에 없다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옆에 있는게 낫다는 생각이었고..또 작은 할머니는 언제나 내가 서울로 돌아올때 항상 용돈을 두둑히(?) 주시던 분이셨는데...
그분이 돌아가셨다니..

"여보, 우리 내려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후우.....오늘은 일때문에 힘들고 내일 아침일찍 출발해야 할것 같은데"

"아버지, 저도 가야 하나요?..나 담주에 시험인데..."

결국 난 혼자 집보기로 하고...등교..아버지는 출근...어머니는 내려가실 준비를...그렇게 소란스러운 아침은 흘러갔다.

그날도 무척더워서 하복이 다 젖었고..6교시후 보충수업까지 마친나는 힘들어서 야자까지 할 여력이 없어서 그냥 튀었다.

학교 근처에는 작은 산길을 따라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로 통하는 철길이 있었는데 그 길이 기차도 잘 안다니고 철도 옆에 넓찍한 샛길도 있어서 그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학생들은 언제나 그 길을 애용했다. 나도 물론 그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지금도..살고있고

그날도 어김없이...불법행위(?)를 저지르며 그 샛길을 걸어 갔다.
야자를 튀었다고 하지만 이미 늦은 시간..날은 벌써 어두워져있었다. 그래서인가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나만큼 빨리 야자를 튄 애들도 없었는지 나혼자 그 길을 걸었다.
어둑어둑 하기도 하고..혼자 조용히 있으니까 주위가 너무 조용해서
안되겠다 노래라도 부르자! 생각하고 입을 열려는 찰라
갑자기 어디선가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난 절대 주머니에 동전을 넣고 다니지않는다. 무겁고 귀찮다..그렇다고 지폐가 있는것도 아니지만...하지만

난 절대 떨어진 동전을 놓치지 않는다. 난 귀가 밝다...또 당시 무척 조용해서 그 소리를 절대 놓칠리가 없었다. 느낌상 500원이었다.

찾기 위해서 샛길을 두리번 거렸는데 어두워서 였을까? 도저히 찾을수가 없었다. 돌과 부딪히는 소리같았는데..에이 아깝다 생각하고 다시 가려는데 또

"쩔그렁"

이번 소리는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다..과연 철도 위에 뭔가 반짝이는 것이 있었다. 마침 기차가 다니지도..경적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허리를 숙여 그 동전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야..이 정신나간 놈아 죽을려고 그래..?"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진나? 뭐지? 누구지? 방금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하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 졌다.

"철커덩..철커덩..철커덩"

이어지는 기차소리....넘어져서 눈앞에 기차가 지나가는 걸 보니까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난 방금 죽을뻔 한것이다.

"아..아무소리도 안났는데..왜?"

"얌마 너 야자 튀길래 같이 한게임 하려고 뒤따라 나오면서 불렀는....데 대답도 안하고..내가 뒤에서 계속 기차온다고 했잖아 임마"

"정말..아무소리도 못들었어.."

"너 내가 살렸다..내가 니 생명에 은인이다...음핫핫..정신차려 임마..노래 듣고 있었냐?"

이어지는 친구의 질책과 잘난척 그리고 질문...정신이 없었다.
그 길은 몇년째 학생들이 다니는데 한번도 사고가 난적이 없었다. 그만큼 기차의 경적소리는 컸고, 또 그 길을 지나치기 전에 학생들에게 경고의 의미로 멀리서부터 시끄럽게 했기 때문에..절대 그소리를 못들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난 누구도 보지 못했고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다. 또다시 소름이 돋아났다...무서웠다.
그래서 친구에겐 담에 크게 쏜다고 약속하고 바로 집으로 갔다. 너무 무서워서 방금 겪었던 일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집에는 내일 내려갈 준비를 하시고 피곤하신지 거실에 누워계신 어머니뿐..
하지만 이런일을 어머니께 차마 할수 없다. 100% 혼난다. 죽을지도 별수없이 혼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다 난 잠이 들었고 다시 일어날때까지 평생 경험할수 없는 일을 겪는다

난 꿈을 꾸었다. 꿈내용도 그때의 대화도 지금까지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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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난 어린 아이였다. 키높이 만한 풀..생소한 곳...정신까지 어려진 것인가? 난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고있는데
숲속에서 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떤 할머니가 선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 왔다.

--아까 할머니가 애타게 불렀는데 안오길래 우리 아가 보려고 왔지, 아가 같이 가자..할머니가 맛있는 것도 많이 주고 용돈도 잔뜩 줄께--

울다가 그 얘기를 들은 난 울음을 그치고 언제 울었냐는냥 그 할머니 손을 잡고 숲길을 걷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가도가도 끝이 없을것 같은 길...갑자기 할머니가 길 중간에 멈춰선다. 왜 멈추지?

"할머니 안가? 저기 끝까지 가야 하는거 아니야?저기 밝은데 까지? 아직도 한참 이나 남았는데?"

--아가 할머니랑 같이 갈래? 여기만 지나면 맛있것도 잔뜩 먹고 용돈도 잔뜩 받을수 있는데--

고민된다..갈까? 먹을 것은 별로지만 돈은 좋다..

--아가 할머니랑 가자--

생각해보니 할머니는 좋은 사람같다 어디선가 본듯하기도 하고 그 말이 거짓말 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간다고 해야겠다. 한번 가보자

"할머니 그럼...나.."

하지만 난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안돼..........안돼................

응? 무슨소리지? 엄마 목소린데? 날 찾고 있는건가? 어라랏..그러고 보니까 내가 왜 여기 있는거야? 윽...혼나겠다..

.....돌아와........거긴 안돼......

우왓 정말 혼나겠는걸..

"에잉, 할머니~나 엄마가 찾아, 안가면 혼날것 같아..담에 갈께"

그러자 갑자기 할머니의 표정이 무서워 지더니

--안된다 아가야 지금 가야해..지금이 아니면 안돼--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야 할머니? 무서워진 난 다시 울기 시작했고 낑낑대며 계속 가자고 하시는 할머니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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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아까 기차길에서 느꼈던 오싹한 느낌이 다시 든다. 갑자기 소름이 온몸에 돋는다.

"끼익.."

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들어 오셨다. 왠지 지쳐보이시는 표정...

"안자니?"

"자다가 깼어요^^ 어머니 안주무셨어요 피곤해 하셔서 일찍 주무실줄 알았는데?"

"그냥..좀 이상한 꿈을 꿔서..너 얼굴이나 볼까해서"

"안색이 안좋아요 어머니...무서운 꿈이었나봐요?"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다.
난 정말 그얘기 듣고 기절하는줄 알았다.

어머니는 누워계시다가 내가 조용하길래 자나보다 하고 잠깐 들여다 보시고 방에 가서 주무셨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잠이 들고 조금 있다가 잠이 드셨는데 그때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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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어머니는 커다란 풀이 있는곳에 계셨다. 여기가 어디지? 조금 걸으니까 어떤 할머니의 뒷모습과 울고 있는 어린 내가 눈에 들어 온다.

"저런.."

어머니는 내게 다가와서 나를 달래려고 하지만 어느정도 까지 다가가자 더이상 접근할수가 없었다.

"저 할머니는 누구지? 많이 본듯한데?"

더이상 다가갈수 없자 어머니는 큰소리로 나를 부르지만...나는 듣지 못하고 그 할머니랑 어디론가 간다. 뒤를 따라가며 불러봐도 아들녀석은 듣지도 못하고 어느새 울음을 그쳤는지 낯이 익은 뒷모습의 할머니와 계속 걸어간다.
한참을 걷자..아들녀석은 할머니와 멈춰서 뭔가 얘기를 하고 있다. 무슨말을 하고 있지? 응? 거긴!! 안돼~~돌아와~~

"할머님 안되요...떨어져요 안되요 이리 오세요..애기가..애기가.."

아들과 할머니가 멈춰선 곳은 절벽 바로 앞이다. 그 곳에서 할머니가 자꾸 아들을 끌고 떨어지려 하고있었다. 어머니는 애가타기 시작한다. 눈물이 날것 같다. 아니 이미 흐르고 있다. 얼마나 소리를 질렀을까?목소리가 점점 잠기는 걸 보니 곧 쉴것 같다. 하지만 아들은 듣지 못하고 웃으며 저 할머니와 얘기하고 있다. 안돼..안돼...

그러자 아들은 두리번 거리면서 뭔가 얘기한다..들리나 보다..어서 이리와..어서...아들녀석이 뭔가 저 할머니의 화를 돋궜나 보다..
할머니의 언성이 커진다...그러자 아들녀석이 그 할머니의 손을 뿌리치려 한다. 다행이다...어서 돌아와...들리는구나..손을 뿌리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자

"네 이년..네 년이.."

화난 표정의 할머니의 얼굴...무섭다...계속 뒷모습만 보느라 몰랐는데...저분은 오늘 돌아가신 작은 할머니다..

돌아가신?...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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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후에 어머니는 놀라서 잠에서 깨어나셨고...내 방으로 오신거라고 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소름이 멈추지 않았다. 잠이 올리없다.
내 얘기는 어머니께 할수 없었다...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진 않다.

다음날 아침일찍 부모님은 여수로 가셨고..어머니는 차에서 계속 주무셨다고 아버지는 투덜대셨다...그리고 그곳에서 장례식을 무사히 마치고 오셨다.
임종을 지켜보신 분이 부모님께 계속 왜 나는 안왔냐고 하시더란다..할머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계속 나를 보고싶어 하셨다고...

작은 할머니는 삼촌이 알콜중독으로 20대 후반에 일찍 돌아가시고 계속 혼자사셨다. 그런 외로운 분 곁에서 어린 손주가 오기만 하면
당신 곁에 있으니까 아마 더 귀여워 하셨을 것이다. 어쩌면 손자가 아니라 아들로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날 같이 데리고 가시려고 한걸까?
철길에서 들었던 동전소리는
할머니가 늘 서울로 돌아가려는 내게 용돈을 주며 더 놀다가라고 하면 알았다고 하며 부모님께 떼를 쓸때 처럼 같이 가자고 내게 주신 용돈이었나? 지폐가 떨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을까봐?

만약 내가 그때 할머니와 같이 간다고 대답했으면...

어머니가 날 부르지 않으셨다면...

지금 이글을 쓰면서 계속 돋는 소름은
어쩌면 할머니가 지금도 나를 데려가려고 하셔서 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지금은 그때의 공포감이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여전히 그일을 생각하면 무섭다.
어머니와 같은 꿈을 꾸면서 다른 환경을 본것은..왜 였을까?
남들은 누구 따라가면 강을 본다던데..난는 왜 아무것도 못 보고 그냥 길인줄 알았을까?

곧 할머니의 제사가 다가온다..그이후로 어머니와 같이 꿈을 꾼일은 없다. 하지만 난 아직도 어머니가 한번더 꿈에서 날 불러주시길 바란다.

올해는 데리러 안오셨으면..이제 그만 오셨으면..좋을텐데....
조금 더 있다가 갈께요..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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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형식으로 각색하긴 했지만 음..하교길에 겪은일..꿈..어머니의 꿈 정말 지금도 무서워요ㅠ.ㅠ지금까지 제 인생에 단 한번 정말 무서웠던 일입니다. 어머니는 지금 얘기하면 웃으시지만..^_^
내가 겪었던 이 일이 찌는 듯한 더위를 겪는 사람에게 청풍이 되기를 바라며...무더운 여름 늦은 밤에 will

추신) 으..심심해서 시작했는데 날이 밝아 버렸어..ㅠ.ㅠ 아~! 마지막 멘트는 그냥 넣어 본거에요^^ 더 무서우라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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