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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봄에게(대나무상)

 

유연회 황휘윤

 

네가 찰랑이는 초록의 빛들 사이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을 때.

나는 네가 왔다는 걸 모르고 괜히 옷깃만 여미었어.

그래서 다시 숨어버린 거야? 네가 잠시 왔다 간 자리는 유난히 쓸쓸하고 황망하게 비어버려서

그 사이를 뜨거운 볕으로 채울 수 밖에 없었나보더라.

네가 숨어버리고 난 후에 모든 날들은 네가 아주아주 먼 곳으로 떠나는 것처럼 바닥까지 뜨겁게 일렁였어.

그래서 생각했어 앞으로는 언제든 네가 올땐 내가 가장 먼저 너를 마중 나갈거라고.

네가 돌아오면 두 팔 가득 너를 껴안을거야. 따뜻하고 부드럽고 살랑이는 네가 좋아.

소매 틈으로 네가 읊조리는 바람이 닿는게 좋아 내 목덜미와 머리칼에 네가 선물해주는

따듯한 햇빛이 내려앉는게 좋아. 가끔은 내 머리칼이 휘날리도록 강한 바람으로 엉뚱한 심술을 부려도 좋아

그 바람마저 너를 닮아 따뜻하니까. 나는 네가 좋아 그러니까 너무 늦게 오지도 이렇게 빨리 떠나지도 말아줘.

내곁에 머물면서 따듯한 목소리를 들려줘. 너와 보내는 시간은 잠들기 전에 읽는 즐거운 동화책 마냥 짧게만 느껴져. 다시 돌아올걸 분명히 아는데도 너의 뒷모습을 마주하는 건 나를 가라앉게해.

네가 다시 돌아올때까지 나는 또 너를 기다릴거야.

너의 싱그러운 웃음을, 그 노래를, 그 살랑거림을 애타게 기다리는 밤을 까무룩 보내고 나면

다시 너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래. 다시 만나게 되면 이렇게 말아줘.

한 밤에 시계초침 소리만큼 크게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다시 두 팔 가득 너를 맞이할 날을 기다리며 너를 사랑하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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