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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연

 

소나무 상 광운대 장재우

 

 

노르웨이의 겨울은 정말 추웠다. 그날도 어김없이 샌드위치를 싸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8도를 웃도는 한파 속에 손을 호호 불고 있는 내 자신이 있었다.

그날은 수도인 오슬로의 시내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지는 때였다. 어두워지기 전에, 무엇을 보면 좋을까 생각하던 중에

국립 미술관을 들어갔다. 둘러보니 뭉크의 그림이 보였다. 그 때였다. 그녀의 모습을 본 건..

새하얀 얼굴과 집중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서로 다른 작품을 보던 중에 우리는 뭉크의 <절규> 작품 앞에서 만났다.

역시 노르웨이의 대표 작가답게 그림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내가 먼저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다시 각자 제 갈 길을 갔다.

 

이제 정말 저녁이 되었고, 나는 시내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오슬로의 왕궁 길을 올라갔다.

오슬로의 저녁이 드리워진 거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아른한 불빛과 눈 사이로 어떤 여자아이가 왕궁 길을 올라왔다. 그녀였다.

 

오슬로에는 한국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당연히 그녀도 한국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나의 사진을 찍었다. 그녀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다가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나를 보고 먼저 생긋 웃었다. 나도 그녀를 따라 같이 생긋 웃어 보였다.

그랬더니 그녀가 갑자기 한국인이세요?” 라고 내게 물어 보았다.

나는 얼떨결에 라고 대답을 하였다. 5분간의 짧은 대화 중 나는 그녀가 나와 나이가 같고,

그녀는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를 좀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공유하자는 말로 그녀의 번호를 물어보았다.

나는 여행의 막바지였기 때문에 그 날을 뒤로 하고 한국에 귀국했다.

 

하루에 띄엄띄엄 긴 글로 나는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다.

그렇게 그녀가 귀국하기까지 한 달을 기다렸다. 그녀가 한국에 귀국하고 우리는 만났다.

그렇게 타국에서의 5분간의 잠깐 동안 만난 처음의 인연이 이어져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나는 그 처음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지 몰랐다.

그 맑고 아름다운 첫 만남, 첫 인연을 더럽히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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