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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9 23:15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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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에서는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가 울어 댈것이다.
먼지 낀 선풍기가 창고속에서 내년 봄까지 긴 잠을 자겠지.
긴 소매와 잠바가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찬 바람이 불면 잊혀진 사람이 하나씩 내 기억속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다.
낙엽이 떨어질 때면 내 못다한 사랑도 못이룬 내 꿈도 아련한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가을의 흔적...
낙엽은 나의 분신이 되어 공원 벤취 주변을 굴러 다닐 것이다.
갈 바를 모른채 어디론지 바람을 타고 떠돌아 다니겠지.
가을은...
고즈넉한 계절이다.
가을은 4계절 중 꽃이다.
계절의 백미다.
가을은 화려하면서도 외로운 계절이다.
무지개빛으로 곱게 단장하고서 남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남자는 가을에 고독할 수밖에 없다.
가을은 남자를 가만두지 않는다.
가을은 남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프지만 좋은 계절이다.
서른 두 해에 맞이하는 이 가을...
난 설레임으로 맞이하고 싶다.
신랑이 단장한 신부를 맞이하는 마음처럼 말이다.
쓸쓸함을 진정으로 극복하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고독을 즐기는 것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이지만 고독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다.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진정한 내 자아를 발견할 수 없다.
허무함만 더할 뿐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나만의 공간에서 사색에 잠기는 소중한
의식이 필요한 계절이 왔다.
참된 나를 발견하는 이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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