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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5 17:28

발로 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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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詩

詩를 쓰고파서
머리를 굴리다가
지집을 베고 누웠네

詩는 가슴으로 쓰는 것이라 하여
시집을 가슴에 품어 보았네
시의 그림자들이 기어 나와서
마구 내 가습을 헤집고 지나갔네 가을 바람처럼
벌레 먹은 가랑잎처럼
구멍을 이루었네

참된 詩는 발로 쓰는 것이라 하여
몇 권의 시집을 밟고 서 보았네
정말이지 내 키가 커짐을 느꼈네
장롱 위 켜켜이 쌓인 먼지도 보이고
누군가 숨겨둔 저금통장도 보이네
며칠 전 밝고 온 낙엽의 내음이며 山寺의 향기며
낡은 구두와 발 냄새며
생활의 행주들이 비로소
금화처럼 남는 것임을
깨달았네

詩는 냄새나는 발로 쓰는 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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