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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03 20:48

아버지

조회 수 1401 댓글 0
아버지(1)

오수미

바위였습니다
차갑게 나를 누르는
무거운 바위였습니다

믿을 건 나 밖에 없다
악다문 모습은
성황당 나무였습니다

한평 땅뙈기 늘리겠다
고집스레 고향땅을
일구던 농사꾼이었습니다

이제 땅도 잊고
무겁게 끌어안고 있던
마음의 짐도 내려놓고
악다문 입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아버지

사랑한다는 말 건넬 수 있는
아버지의 미소가
얼마나 큰 행복이 되는지
이제 알았습니다

아버지 건강하세요.


아버지(2)

아버지 내 아버지
소풍가는 막내딸 작은 손에
호주머니 속 동전을 다 꺼내주셨던
내 아버지

한겨울 외딴집에
눈이 소복히 쌓이면
발자국 하나 없는 학교 가는길
곱게도 열어 주시던
내 아버지

그저 어쩌다 한번
구슬피 우는 소처럼
말이 없으신 내 아버지

자꾸만 불러 보고 싶은

사랑하는 내 아버지


건강하시다고 믿던 아버지가 갑자기 심혈관에 이상이 있어 입원을 하시게 되었을때 쓴 시입니다.
엄마가 목석 이라고 하실 정도로 말씀이 없으신데 이제 엄마랑 아버지랑 오손도손 이야기도 많이 나누시고 건강하게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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